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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격적으로 동반 퇴진 의사를 밝힌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왼쪽) 박용만 부회장.
4일 전격적으로 동반 퇴진 의사를 밝힌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왼쪽) 박용만 부회장. ⓒ 오마이뉴스·연합뉴스
다음 주 검찰의 두산 비리 수사 결과 중간발표를 앞둔 4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사임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 비리 사태가 결국 그룹을 91년 페놀 사태 이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사실 박용오 전 회장이 지난 7월 21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17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을 당시만 해도 두산 그룹은 '사실 무근'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용성 회장은 7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 책임질 일이 있어야 책임질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본격화하고, 진정서 내용이 하나하나 사실로 드러나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두산그룹의 비리가 수면에 떠오른 것은 '형제의 난'이라는 집안 싸움에서 비롯됐지만 후진적인 재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산그룹은 '사우디 왕가'식 경영을 표방하면서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아닌 가족회의에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뒤에는 두산산업개발을 매개로 한 순환출자와 총수일가가 5% 내외의 낮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왜곡된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4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사임과 동시에 두산그룹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결과 발표 앞두고 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전격 사퇴 한 배경을 두고 일부에서는 다음 주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최대한 선처'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비리 사실이 계속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그룹 존폐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용성 회장은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일선 및 국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며 "더욱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두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모든 공직 사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약속은 두산 그룹 입장에서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두산 측에서는 "검찰 수사와 박용성 회장 사퇴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용성 회장 사퇴 발표 직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원칙적인 수사 의지를 밝혔지만 "정상은 참작하겠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검찰로서도 강도 높은 사법처리 이후 경영공백을 우려했지만 부담을 덜게 됐고, 박용성 회장 사임과 함께 향후 지배구조혁신을 약속한 만큼 사법 처리 과정에서 이 부분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박용오 전 회장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퇴'를 두고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의 측근은 "박용성 회장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 쪽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국내 공직은 버리면서 IOC 위원,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등의 국제 직위는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기로 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4개월 동안 계속된 두산 '형제의 난'은 박용성-박용만 체제를 붕괴시켰다. 분식회계와 이자대납,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추악한 재벌의 불법을 목격한 여론은 검찰의 선택과 두산이 약속한 '투명 경영'의 향배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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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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