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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일본변호사연합회가 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연 제19차 정례교류회에서 변협측 인사들은 로스쿨 도입 등 현재의 사법개혁 작업은 법조인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연간 법조인 선발은 700명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변협 서석호 재무이사는 '변호사의 대량증원 문제'라는 주제발표에서 "과거 매년 100명씩 선발하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81년부터 300명씩 선발하더니 96년부터는 500명, 97년 600명, 98년 700명, 2000년에는 800명을 뽑다가 2001년부터 1000명을 선발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개업변호사 수가 급증해 96년 3000명을 기록한 것이 2003년에는 2배인 6000명을 돌파했으며, 2005년에는 7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미국식 로스쿨 도입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고,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두고 이해단체간의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어 과연 동서고금을 통해 유례가 없는 한국식 변호사 증원 사태가 어떤 선에서 안정될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과거 김영삼 정부부터 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변호사 대량증원을 사법개혁의 핵심과제로 삼아 일방적으로 수의 증가만을 추구해 온 나머지 변호사의 자질 저하와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이 문제를 법조비리 척결이라는 칼을 들고 지난 수년간 문제 변호사를 처벌하는 방법으로 무모한 변호사 대량증원이 가져온 법조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비판했다.

서 이사는 그러면서 "변호사 수의 증가 못지 않게 법률서비스의 공공적인 측면을 보아야 하고,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변호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법조인들의 요구는 '직역이기주의'로 매도해 버렸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서 이사는 "개혁론자들은 신중한 검토도 없이 로스쿨 도입 및 변호사 대량증원의 방법으로 법조계에 충격을 주면 법조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폄하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는 변호사 이외에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관세사 등 유사 법조직역이 변호사보다 월등히 많은 수를 유지하면서 법률시장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데다가 최근 공인노무사, 부동산중개사 나아가 법원·검찰의 일반직들까지 법관이나 검사들의 일부 업무를 맡게 되면서 변호사 직역을 자꾸만 침범해 오고 있으며, 심지어 로비스트 법안까지 제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변호사직역의 침범을 경계했다.

서 이사는 특히 "변호사 수의 대량 중원에 따른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기는커녕 변호사 직역의 팽창을 억압하는 각종 제도들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로스쿨 도입은 그야말로 법조개혁의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러면서 "변호사 직분의 공공성을 구현하며, 적정 수준의 변호사 보수가 유지돼야 한다는 기본 전제 하에 유사 법조직역이 존재하는 현실과 개업변호사의 증가현황, 인구대비/GDP대비 변호사 수,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수임 건수 및 적정 처리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간 700명 정도의 법조인 선발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법조인을 져버린 채 방향을 잃고 추진하는 법조개혁을 바라보는 변호사의 심경은 참으로 혼란스럽다"며 "따라서 향후 사법개혁은 법조계를 개혁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법조계와 수요자인 국민이 함께 모여 진지한 토론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기흥 변협회장도 환영사를 통해 "한국은 선진 사법제도를 정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법개혁 작업을 진행하면서 법조인 ▲양성을 위한 로스쿨 도입 ▲법조일원화 ▲국민의 사법절차 참여 ▲대법원 기능의 변화 등 사법개혁의 주요내용이 확정돼 올해 정기국회에 구체적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라며 "그러나 이런 개혁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사법제도는 그 자체가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구와 각계의 토론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류회에는 한국과 일본 변호사 40여명이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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