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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화순적벽. 동복댐이 들어서면서 30여m가 잠겼다.
ⓒ 최연종
물에 잠긴 화순적벽(赤壁). 광주시가 시민의 식수원을 위해 이곳에 댐을 만들면서 30여m에 달하는 적벽이 물에 잠겼다. 10여개 마을도 수장돼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마저 통제됐다. 빼어난 경관을 가까이 두고도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4일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흩어진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서면 장학리 망향동산. 제24회 적벽축제가 열린 것이다. 실향민과 면민만을 초청한 조촐한 자리였다. 축제는 천제(天祭)를 시작으로 풍물놀이ㆍ지신밟기ㆍ강강수월래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 천혜의 절경인 화순적벽. 건너편에 망향정이 보인다.
ⓒ 최연종
적벽축제는 1975년 시작한 이래 83년 동복댐이 조성되면서 중단됐다가 2002년 부활했다.

주민들은 적벽의 '조망권'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관계 당국이 나서서 출입통제를 풀고 도로를 넓혀 누구나 쉽게 들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토사학자 문제선씨는 "일정한 구역에 울타리를 만들어 오염원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망향정 건너편에 전망대를 세우고 동복댐의 보 가운데 한 곳을 터서라도 물이 항상 흐르게 하면 동복천도 살고 주암호도 맑아진다"고 말한다.

▲ 축제에 앞서 개천제를 올리고 있다.
ⓒ 최연종
3년 전에 화순문화원 등이 나서서 적벽을 누구나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현재 적벽을 잇는 길은 임도로서 광주시에 귀속돼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광주시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

문제는 자치단체의 의지다. 화순군과 광주시, 그리고 문화관광부 등이 뜻을 모아야만 가능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인근에 주암댐과 탐진댐이 들어서면서 식수원이 풍부해졌다. 이제는 동복호를 농업용수로 전환해 관광지로 돌려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동복호에 배도 띄우고 편의시설을 설치해 관광객을 불러들이면 남도 최대의 관광지가 될 수 있기 때문. 화순군과 광주시가 상생하는 길이기도 하다.

▲ 망향정에 모인 실향민과 면민들.
ⓒ 최연종
화순군의 군청 홈페이지는 화순적벽으로 수를 놓는다. 관광책자에도 적벽이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적벽은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화순군은 적벽을 화순 관광의 제1번지로 홍보하지만 정작 군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군 관계자가 적벽을 돌려받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옹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복호. 멀리 망향정이 보인다.
ⓒ 최연종
달이 떠오른 밤이면 마을 사람들은 100여m에 이르는 절벽 꼭대기에서 볏단에 불을 붙여 적벽강에 던졌다.

적벽낙화(赤壁落花) 놀이다. 불이 붙은 볏단은 적벽강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냈다.

군민들은 적벽낙화놀이 축제를 다시 시작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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