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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입석대 가는 길목의 단풍
치악산 입석대 가는 길목의 단풍 ⓒ 이기원

치악산을 황골 쪽에서 오르다보면 선돌이 있습니다. 해발 850m 지점 바위 절벽 위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입석대란 이름 대신 선돌이라 부르는데 더 정이 갑니다. 입동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춥다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강원도 단풍은 벌써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뒤면 단풍이 낙엽에게 제 자리를 물려주고 추워서 덜덜 떠는 맨땅을 겹겹이 감싸 주겠지요.

단풍 뒤에 숨어 있는 선돌
단풍 뒤에 숨어 있는 선돌 ⓒ 이기원

서서히 제 모습 드러내다
서서히 제 모습 드러내다 ⓒ 이기원

앞발 들고 우뚝 선 반달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앞발 들고 우뚝 선 반달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 이기원

선돌이 단풍 사이에 숨어 있다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쁜 숨 몰아쉬고 문득 단풍 사이에 숨어 있는 선돌을 보면 거대한 반달곰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돌 대신 진짜 반달곰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선돌 위에도 소나무가 자라다
선돌 위에도 소나무가 자라다 ⓒ 이기원
선돌 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위에 20m 높이의 선돌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보면 거대한 선돌 꼭대기에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낙엽이 썩어 폭신폭신하고 거름기 넉넉해서 뿌리내리기 좋은 땅도 둘러보면 많은데 하필이면 선돌 꼭대기에 뿌리를 내렸을까 궁금합니다. 저 높은 곳만 가치 있다 여기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솔씨가 제 뜻대로 뿌리내릴 장소를 고를 재주는 없습니다. 바람결에 흩날리다 떨어진 곳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이 바위 꼭대기여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게 무언지 선돌 위의 소나무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모진 고생 끝에 바위 틈새를 비집고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자란 소나무는 비바람 앞에서도 끄떡없습니다. 막바지 단풍 곱게 물든 치악산 계곡을 두루두루 굽어볼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소나무의 그 질긴 생명력이 바람결에 살랑대는 단풍처럼 눈부십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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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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