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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복장불량'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수 신해철씨가 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네티즌들의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복장불량'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수 신해철씨가 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네티즌들의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 신해철 미니홈피

지난 3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가수 신해철씨의 복장이 네티즌들의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가수 신해철씨의 복장이 네티즌들의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MBC 화면
"제가 후드 티에 장갑을 끼고 나온 것은 분명 일부에게는 '익숙지 않은 모습'일 수 있습니다. 충분히.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반드시 '옳지 못한 모습'은 아닌거죠…. '세련 좀 되세요.'"

지난 3일 밤 방영된 MBC <100분토론>에 흰색 후드 티와 장갑을 끼고 출연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수 신해철(37)씨가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네티즌에게 따끔한 일침을 놨다.

신씨는 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100분토론에서의 소위 복장불량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당시 자신의 복장을 비난했던 네티즌들에게 "(내 복장이) 일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일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반드시 옳지 못한 모습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씨는 "저에게 열렬한 격려를 보내 주신 분들께는 감사를 드리며 열렬히 XX해 주신 분들께는 한 말씀만 드린다"며 "세련 좀 되시라"고 비꼬았다.

신씨는 사과문 형식의 이 반박글에서 '복장불량' 논란을 시작한 네티즌의 '이중성'을 꼬집기도 했다.

먼저 신씨는 "청바지인 불루진이 노동계급을 상징하듯 양식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것은 보수 기득권층인 화이트칼라들의 예복을 상징하는 바, 이에 순응하지 않고 싸가지 없이 자신의 출신성분 혹은 정체성을 표시하는 캐주얼 혹은 록가수스런 소품으로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까고 얘기하면 일개 록가수인 제가 무려 <100분토론>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주둥이를 놀린다는 사실 자체가 티꺼우신 분들에게는 제가 정장을 입었다면 주제넘게 잘난 척 한다고 했을 것이요, 상대편 패널에 대한 동의의 웃음은 비웃음이고, 비유법을 사용하면 알맹이 없는 수사가 되고, 선진국의 예를 들면 매국노가 된다"고 꼬집었다.

신씨는 또 "우리 민족사의 어느 시기에도 이렇게까지 전 민족이 오랑캐들의 복식을 입고 있는 시절이 없었다"며 "몽골의 침략시기에도 심지어는 일제시대에도 온 민족이 오랑캐들의 옷을 따라 입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지하에 계신 이순신 장군께서 목숨으로 막아낸 이 강산에 살고 있는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한복을 입지 않고 오랑캐의 정장을 입은 무리 속에 역시 오랑캐의 복식인 후드 티를 입고 나선 점 선조들에게 사과 드린다"고 비꼬았다.

엇갈리는 네티즌 반응, "속 시원하다"-"시대 역행 말아야"

신씨의 글은 비록 '사과문' 형식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반어법을 통해 이해심이 부족한 네티즌들을 비판하고 있다. 신씨는 글의 앞부분에서도 국회 청문회에 나온 앙드레김의 복장 논란 등 사례를 소개하며 "(앙드레김 사건도) 국회의원의 교만과 무식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신씨의 글이 미니홈피에 오르자 찬반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5일 올린 신씨의 '사과문'에는 6일 낮 12시 현재까지 수백개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곽은경씨는 "우리가 얼마나 편견속에 지X같이 살아왔나 싶다"며 "사과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살짝 그렇지만 신해철씨 생각이 심하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신씨를 옹호했다. 손다빈씨도 "속이 다 시원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 은수씨는 "한명의 팬이었고 신씨의 노래를 즐겨듣던 한 사람으로서 실망이 크다"며 "(신해철씨) 당신은 공인"이라고 비판했다. 정경수씨도 "자신의 생각, 철학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면 세련이고 아니면 무식이냐"며 "사람이 살면서 시대에 역행해서 뭐가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유시민 의원의 '캐주얼 등원' 논란... 가수 강산에 단발령 강요 TV 출연 거부
[불량복장 논란] 한국은 제복을 강요하는 사회인가?

▲ 2003년 7월 15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 노타이 차림의 캐주얼 복장으로 등원한 유시민 의원에게 넥타이를 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가수 신해철(37)씨가 불러일으킨 '복장불량'과 같은 논란은 공식석상에서의 공인의 자세를 따지는 기준으로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최근의 유명한 사례는 지난 2003년 4·30 재보선에서 당선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의원 선서 보이콧' 사건. 당시 유 의원은 양복과 넥타이 대신 흰색 면바지와 남방 차림으로 첫 등원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와 동료의원들을 우습게 안다"고 호통을 치며 유 의원이 선서를 하기도 전에 모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결국 유 의원은 등원 첫날 선서를 하지 못했고, 다음날 본회의에 양복과 넥타이를 모두 차려입고서야 선서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유 의원의 '튀는 행동' 역시 네티즌들의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계도 '불량 복장' 단속에 들어간 적이 있다. 올해 LG전자는 김쌍수 부회장 취임 직후 자유로운 캐주얼 차림을 허용했던 사내 방침을 바꿔 정장 차림으로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LG전자는 직원들이 점퍼차림이나 민소매 셔츠, 청바지, 미니스커트 등을 입고 일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운동화나 슬리퍼도 신지 못하게 했다. LG전자에는 한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원들의 복장을 단속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의도 소재 D증권사도 지난 2004년 7월 직원들의 '복장 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두발 상태나 이름표 등을 일일이 검사하기도 해 일부 직원들의 강한 불만을 사기도 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계도 '불량복장' 논란을 겪었다. 지난 1998년 KBS는 공영방송임을 내세워 TV에 출연하는 장발의 락밴드들에게 모두 머리를 자르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KBS가 내세운 이유는 "10대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하지만 강산에나 김경호, 윤도현밴드 등 가수들은 KBS의 '단발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가수 강산에 등은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며 TV출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때때로 '복장불량'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에 대해 일부 지식인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한국학'을 전공한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는 '복장불량'을 문제삼는 한국에 대해 "제복을 강요하는 사회"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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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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