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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나의 힘> 최훈 지음
<논리는 나의 힘> 최훈 지음 ⓒ 세종서적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후배가 꼭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 있었다. 바로 <논리는 나의 힘>이다. 철학 전공 교수가 쓴 책이니까 형식 논리에 관한 것이겠거니 하고 책을 펴든 나는 적잖이 놀랐다. 형식에 치우치지도, 그렇다고 재미에만 치우치지도 않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사교육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논술을 가르치며 밥을 버는 내게 권한 책이니 꽤 어려울 거라는 생각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논리 책이면서 학생이나 부모, 가르치는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을 나는 흔하게 보지 못했다.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은 뒤 나는 지은이를 반드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지난 4일 서울교대 부근에서 최훈 교수를 만났다.

최훈 :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무조건 맡기지만 말고 엄마들이 먼저 논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논리력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처음 선생은 엄마여야 하니까요.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느낀 게 있다면, 예를 들어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책 읽기를 점검할 때도 내용 확인에만 그치지 말고, '비판하며 내용을 되새기는'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모자란 부분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그런 방법론을 한 번 제시해봤습니다."

이 책에서는 풍부한 예화,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고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논리를 바탕으로 비판의식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이다.
이 책에서는 풍부한 예화,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고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논리를 바탕으로 비판의식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소재들이다. ⓒ 이동환
이 책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예제, 이를테면 TV와 인터넷 광고, 만화라든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캠페인',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알아왔던 가설이나 정설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알쏭달쏭, 생각을 깊게 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풀고 가게끔 배려한 부분도 이 책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다. 말장난 같지만, 그 문제들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꽤 어렵다.

최훈 : "비판하며 내용 되새기기란 이런 거지요. 해리포터가 용기 있는 아이라고 하는데, 그 용기라는 것이 어느 경우라도 옳은 덕목이냐 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너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해리포터가 보여주는 용기는 언제나 옳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지요. 해리포터의 용기에서 시작해 만용과 중용까지 아이가 생각해보도록 하는 질문을 엄마가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몇 년 전, <말 잘 하는 아이가 리더가 된다>는 책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캐나다에 이민 가 두 아이를 똑 소리 나게 키우기까지, 엄마가 노력한 이야기를 쓴 책이었다. 내용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말 잘 하는 아이가 리더가 된다'는 생각에는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 잘 하기'는 코미디언들이 순발력 있게 남의 말 잘 되받아쳐 웃음을 유도하는 그런 류의 말 잘 하기가 아니다.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논리에 근거해 정당하게 비판하며 자기주장을 또렷이 펼칠 수 있는 말 잘하기가 진짜다. 남 앞에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얘기할 수 없는 아이. 생각 자체를 깊이 하지 못하는 아이. 남의 말 어떤 부분이 잘못인지 구분해내고 판단할 수 없는 아이. 물론 그 일차 책임은 입시경쟁으로만 치닫는 우리네 교육 현실에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교육 현실만 탓할 수는 없다. 내 생각에, 엄마들 의식이 조금만 변한다면 얼마든지 아이들을 훌륭한 '논리꾼'으로 키울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나는 이 책이, 엄마들과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였으면 하고 바란다.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자신감으로 감히 권한다.

대화와 토론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아이가 '리더'로 큰다

최훈 : "조심스럽기는 해요. 사실 무엇보다도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참 중요한데, 자칫 논리에만 너무 치우쳐 중요한 부분을 놓칠까 하는 걱정도 있지요. 아이들과 대화할 때나 가르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학교에서 논술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이미 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참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엄마가 담당해야 할 몫은 여전히 중요하다.

최훈 : "요즘에는 대학에서도 글쓰기 교육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그 효과를 생각할 때 역시 문제는 학생 숫자예요. 선생이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숫자가 많을 경우 철저한 첨삭 지도를 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엄마들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어릴 때부터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리를 바탕으로 글쓰기까지, 그 일차 교육은 반드시 엄마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지은이 최훈은 누구?

ⓒ이동환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철학회 총무간사(1995-6)와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조교(1996-8)를 지냈으며 1999년 1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주) 오란디프의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5년부터 서울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산업대학교, 동국대학교, 가천의과대학교, 대진대, 숭실대, 한양대 등에서 논리학, 논리와 사고, 기호논리학, 과학철학, 인식론, 사이버문화와감각, 페미니즘 등을 강의했다.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2003년 9월부터 삼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리더십이니 뭐니, 요즈막 한창 난리다. 모든 아이들이 리더가 될 수는 없다. 또 그럴 수도 없다. 리더가 된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요는, 어떤 길을 가든지 자기 생각과 주장이 분명한 사람이 될 필요는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인간으로서 따뜻한 심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2000년 가까이 나라 없이 살았지만 그 혈통과 전통, 그리고 민족성을 잃지 않았던 유태인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탈무드'를 끊임없이 읽어주고, 조금 크면 그 내용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고, 조금 더 크면 비판해보도록 유도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시켰던 유태인 엄마들.

국가 재건 과정에 숨겨진 국제윤리 문제를 떠나, 어쨌거나 그들이 2000년만에 그들의 조국을 건설한 바탕에 그런 교육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모든 교육의 일차 책임이 엄마에게, 부모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 엄마들이, 부모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학습을 아이들에게 시켰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어디에 있더라도 남에게 치지 않고 자기 생각과 주장을 분명하게 갖고 생활하는 똑 소리 나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누군들 바라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지은이의 개인 홈페이지를 이 글에 링크하겠다고 하자, 잘 꾸미지 못해 부끄럽다고 최훈 교수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모양보다는 내용이 꽉 찬 홈페이지이기에 감히 링크로 걸어본다. 최훈 교수의 강의 내용과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최훈 교수의 홈페이지 바로 가기 ☜ 클릭


논리는 나의 힘 - 생각의 힘을 길러 주는 논리 학습의 결정판

최훈 지음, 우리학교(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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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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