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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쉽게 흥분하고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음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으로 몰아넣은 '기생충알 김치'의 경우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신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지 나타내는 일이다.

1. 정치적 한탕주의에 대한 생각

정기국회에는 의례히 국회의원들의 한탕주의가 만연한다.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국익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도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한 건을 저지르는 국회의원들의 천박한 모습을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지탄을 받고 정치적으로 매장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치적 계산보다는 국익을 위한답시고 하는 경우도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동기의 순수성을 존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불손한 동기에서 저지른 일과 차별성을 두고 대응하자는 것이다. 사안별로 명확히 구분이 어렵지만 가능한 구별하여 국민이 정치적으로 심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인이란 늘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행동하는 존재일 것인데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정치적인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도 결국 국익을 해할 가능성이 높다면 자제하는 정도의 금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 언론의 호들갑

센세이션을 일으킬 사건이라면 언론들은 앞 다퉈 속보를 내고 파장에 대한 고려 없이 설레발을 치느라 바쁘다. 오로지 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사실의 정확성이나 깊이 있는 분석을 하지 않는다. 다른 언론사에 비하여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집착할 뿐이다.

언론의 중요한 사명은 드러난 사건의 파급을 넘어 좀 더 정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다. 독자와 시청자의 알권리를 좀 더 깊이 있게 충족하고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는 일이 바로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일 것이다.

또 보도되는 사건의 의미와 파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단지 정확한 사실의 전달자에 머무르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언론의 구실일 것이다. 때로는 사건의 실체보다 파장이 과장되게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고려해야 사회의 공기로서 역할을 다하는 언론이 될 수 있다.

언론이 앞장서서 정치인들의 한건주의를 부추기고 함께 춤추고 놀아나는 일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사회적인 책임을 방기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사실을 잘못알고 전달한 오보보다 필요 없는 호들갑으로 본질보다 훨씬 무거운 파장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사회의 공기로서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에 집착하는 것은 공익을 해하는 일이다.

3. 기생충알이 발견된 김치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중국산 김치가 여러 가지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국민의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했고 이에 힘입어 그 의원은 다시 기생충알도 발견되었다는 폭로를 했다. 언론들은 앞다퉈 '먹을 거리'에 대한 우려를 증폭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였다.

곧 이어 중국의 반발이 있었고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는 조사결과까지 발표를 했다. 한국의 의도적인 중국산 견제로 받아들여져 양국간 무역마찰을 빚는 수준까지 파장이 확대됐다. 결국 국내산 김치에 대하여 식약청이 조사했고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김치를 많이 수입해서 소비하는 일본은 우리 김치에 대한 전수검사를 발표했다. 거의 김치 수입이 금지된 것이나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김치공장들은 거의 문을 닫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수출을 하던 규모 있는 공장들은 판로가 막혀서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다.

김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그것을 국민의 건강문제로 여겨서 발표한 것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류가 포함되고 파장이 국익에 해를 끼치는 지경에 이른 것은 발표한 정치인과 우리의 언론과 부화뇌동한 국민이 모두 잘못한 결과다.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건과 비슷한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포르말린이 함유된 골뱅이 사건의 경우 검찰 발표로 동일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모두 줄줄이 문을 닫았다. 뒤늦게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도산한 기업들과 실직한 종업원들의 생계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였다.

쓰레기 만두사건의 경우는 또 어떤가? 일부 만두의 재료가 불량이었던 것은 사실일지라도 모든 만두공장이 문을 닫고 파산하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그리 심각한 사건이 아니었다고 밝혀졌지만 이미 도산하고 실직한 사람들의 생계는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방식의 무책임한 일들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로 진중하고 착오없는 검증과 발표와 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김치파동의 확대과정에서 개입된 오류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식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밀접한 음식이 바로 김치다. 그것도 불에 익히지 않고 조리하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기생충 알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거의 어렵다는 것이 상식적 추론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검사를 거치지 않고 노지에서 재배된 재료들을 사용하여 김치를 만들어 먹어왔다. 검사를 하지 않았을 뿐 기생충 알을 늘 먹어온 것이다. 잘 짚어보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아마도 가정에서 직접 담은 김치를 수거하여 검사하면 공장에서 만든 것보다 더욱 많은 기생충알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첫째 오류는 검사과정에서 가정의 김치와 비교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히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가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려면 가정에서 직접 만든 김치들을 수거하여 비교분석해야 당연하다. 그것을 생략하고 가정의 김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로 호들갑을 떨었던 것은 엄청난 오류다.

둘째 오류는 중국산 김치의 문제를 발표하면서 국산김치는 당연히 문제가 없는 양 비교분석이 없이 발표한 것이다. 중국산 김치가 문제가 있는 것이려면 국산김치는 중국산과 전혀 다르게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했어야 하는 것이다. 기생충 알의 문제를 떠나 중금속이나 잔류농약이나 모든 항목은 함께 비교분석하여 결과를 발표했어야 한다.

셋째 오류는 그것이 가져올 파장의 크기와 누가 손해를 볼 것인지에 대하여 고려가 생략된 것이다. 중국산 김치의 생산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들이 특별히 문제있는 김치를 생산하였다면 단호히 수입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나 앞의 오류들이 개입된 상태에서 그들에게만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될 일이다.

넷째 오류는 중국과 일본의 반응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발표부터 한 일이다. 무엇이 그리 급하고 바쁜 일인가?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히 검사를 마친 후에 해도 무방한 일이다. 대중국 수출 없이 우리의 경제가 지탱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무역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을 과정에서 오류투성이인 검사결과만 가지고 무모하게 발표한 것은 매우 국익을 해하는 일이다.

다섯째 오류는 과거 우리가 기생충 알을 완전히 배제한 김치를 먹어 왔는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그랬다고 하더라도 지금 국민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식약청의 발표를 빌자면 그리 해로운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에도 우리는 그런 김치를 먹어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많은 오류들이 결국 중국에서 김치를 생산하는 한국인 생산자를 죽이고, 중국의 반발을 불러 수출에 지장을 초래하고, 일본의 사실상 수입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를 당하고, 국내의 김치생산업자들을 죽이고, 국민의 불안감을 높여서 서민들까지 직접 김장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이익을 얻은 사람이나 집단은 없어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5. 부정확한 폭로를 막고 잘못된 과장보도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정확하지 못하거나 오류가 포함된 폭로를 하고 언론은 검증 없이 무차별 보도를 하는 관행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 그런 잘못을 저질러도 스스로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이득을 취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일들은 반복될 것이다.

정치인이 국회에서 발언한 것이 면책 특권을 보장받는 것이라면 결국 유권자가 명확히 기억해 두고 표로 심판하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정치적으로 홍보하기 위하여 국익을 해하는 일에 대하여 심판할 기구는 주권자인 국민의 표밖에 없어 보인다. 특별히 제약을 할 법을 만드는 것도 다른 법률과 상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의 심판이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다.

언론의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는 철저히 법적인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고 그 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몸을 사리고 보도를 주저하는 일이 생겨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잘못된 보도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서 공익을 해하는 것에 비하면 감수할 만 한 일이다.

정부의 잘못된 발표나 처벌로 손해를 입은 기업이나 사람이 있다면 정부 책임으로 변상을 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함부로 아무거나 발표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피해를 입은 국민은 누가 있어서 살릴 것인가? 이런 무책임한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행정부, 언론, 사법부 등 모두 함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자세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서프라이즈,외부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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