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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환
시각장애를 가진 채 공주대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최유림(특수교육 4)씨. 그는 보통 학생들도 하기 어려운 영어교육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 원래부터 관심 있었던 영어를 공부하게 되어 뿌듯했지만 그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부속중)로 영어 교생실습을 떠나게 됐다.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만 생각하면 너무나 어려울 것 같은 최유림씨의 일반학교 교생실습.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기에 <유림이의 교생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충청방송에 14차례나 방송되었다. 낙천적인 성격와 미소가 아름다운 최유림씨을 만나보았다.

최유림씨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고 바깥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맹인 학교를 다닌 최유림씨는 원래부터 영어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특수교육을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특수교육과에 지원했고, 복수전공 제도를 이용하여 영어교육을 전공하게 됐다.

보통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영어공부,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 유림씨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영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제스처 같은 것은 보지 못하니까 표현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죠.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출석부로 출석을 부를 수 없기에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어요"

영어교육을 복수전공하는 학생들이 교생실습을 가던 지난 6월말부터 한 달간. 유림씨도 부속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다른 교생선생님들과의 차이는 앞이 안 보인다는 것과 <유림이의 교생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쉴새없이 따라다니는 방송국 스텝들이 있다는 것. 본래 유림씨는 남에게 알려지거나 유명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보통 교생선생님들보다 잘하지는 못할망정, 그만큼이라도 해야 할텐데…”라는 중압감이 머리를 짓누르기도 했다는 유림씨. 첫 수업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 반이었는데 먼저 들어갔던 친구가 말하길 “아이들이 반응도 별로고, 수업에도 그리 큰 호응을 보이지 않아 애먹었다”라는 말 한마디에 더욱 긴장했다고 한다.

막상 들어간 첫 수업. 보통 선생님들처럼 출석부로 출석을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들어간 유림씨의 세심함 때문일까? 아이들의 호응은 좋았고, 농담도 잘 받아줘서 설레고 떨린 만큼 기억에 남는 첫 수업이었다고 한다.

ⓒ 고두환
칠판에 판서가 쉽지 않았던 유림씨. 지금은 교실마다 컴퓨터와 대형 TV가 칠판의 역할을 대신 해주었다고 한다. 우선은 음성인식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뒤 컴퓨터로 판서를 한 후 대형 TV로 보여주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고, 처음에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시각이 “시각장애인도 할 수 있구나”라는 시각으로 변했다고 한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는 미리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받아놓고 점자로 작업을 해놓은 후 마찬가지 방법으로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는 유림씨. “처음에는 신기해하기도 하고 어색해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친해지고 익숙해지니까 괜찮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짓는다.

수업을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반응일 것 같은데, 유림씨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유림씨는 “일단은 목소리에 의지하게 돼요.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과 방법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그리고 조별학습 등을 통한 협동수업을 많이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힘을 합쳐서 수업을 진행하는거죠. 그렇게 스스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제가 질문도 하고, 중간중간 아이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수업을 진행했어요”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보통 선생님들만큼만 하길 바래요"

“보통 선생님들만큼만 하길 바란다”던 유림씨. 일반 선생님보다 시각장애인 선생님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열심히 한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아이들 이름과 같이 여러 가지를 외우고 보이는 것 외에 목소리나 대화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되니까 아무래도 세심하겠죠.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을 잘 쓰다듬고 어루만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유림씨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특수교육이 아닌 영어교육으로 임용고사를 치른다고 한다. 어려운 결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에 따라 다르며 오히려 주위에서 열심히해보라는 격려까지 해준다고 한다.

유림씨가 알고 있기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가진 교사는 없다고 한다. “이번 임용고사가 잘 안되더라도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유림씨의 각오에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유림씨. “입시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이 자칫 교과서의 진도를 나가는데만 너무 집중된 나머지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며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자그마한 소망을 밝혔다.

장애인은 일반인과 무엇인가 다르지 않을까? 유림씨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눈만 안보일 뿐 일반인들과 똑같아요. 가끔 ‘정신이나 다른 부위 역시도 이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들은 일반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자신들을 보면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서로에게 부담감을 느낀다”고 유림씨는 말한다. 장애인과 일반이 사이에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는 일. 그것이 잘못된 시선의 첫걸음인 것이다.

이렇게 최유림씨과의의 만남을 마쳤다. 발라드를 좋아해서 김동률과 <토이>의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최유림씨. 선진국에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우리 나라는 시각장애인이 살만한 나라라는 그의 낙천적인 사고와 여유있는 웃음이 나중에 교단에 서서도 학생들에게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주대뉴스(www.kjissue.com)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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