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마법사 호조의 수상한 선물 가게>의 작가 류가미는 어릴 적에 특별한 아이가 되고 싶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법의 지팡이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대신, 나는 마법의 주문을 거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특별하지 않아도 난 괜찮아! 괜찮아!
내가 스스로에게 '나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가 키가 작아 고민하면 '키가 작아도 괜찮아, 난 그런 네가 좋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이나 TV만화를 통해 가상세계를 접하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낼 여유도 없이 어른들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에 갇혀 버리고 만다. 어린아이들에게는 풋풋하고 순수한 상상의 세계가 필요하다. 생활 속에 보여지는 문제들에 접근해 상상력을 발휘할 때 건강한 가상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컴퓨터게임 속 가상의 세계와는 달리, 동화 속 상상들은 아이들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상상의 세계라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위대한 마법사 호조의 수상한 선물 가게>와 같은 책이 아이다운 상상력을 빌려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각자 자신의 개성을 소중히 생각하고 키워 나가자'는 주제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었다. 나 역시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수없이 많은 상상들을 하며 자라났다. 때로는 가짜인 줄 알면서도 원더우먼 팔찌를 사서 차던 것처럼, 터무니없이 마법과 같은 힘을 빌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어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유정이는 평범한 아이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봉팔이 생일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특별한 아이라 해도 한 가지씩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예은이는 마음씨 착하고 얼굴도 예쁘지만 뭐든지 느리다. 봉팔이는 운동을 잘하지만 수학 공부는 못한다. 호영이는 부잣집 아이지만 뚱뚱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다. 민지는 똑똑하지만 가난하다. 그래도 그 아이들은 적어도 한 가지는 특별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시선을 끌 수 있다. 적어도 유정이처럼 생일파티 초대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다.
특별하지 못하다는 것을 늘 속상해 하던 유정이는 그림 숙제를 잘해 눈에 띄고 싶다. 유정이는 마을을 그리려고 동네를 둘러 보았다. 그러다 '위대한 마법사 호조의 선물가게'를 발견한다.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찬 호조 아줌마 선물가게. 호조 아줌마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안테나와 영혼을 바꾸자고 유혹적인 제안을 하지만 유정이는 거절하고 돌아선다.
며칠 후, 반 아이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느림보 예은이의 모든 행동이 갑자기 빨라졌다. 수학 공부를 못하던 봉팔이가 안경을 끼고 나타나더니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척척 풀어냈다. 뚱보 호영이는 하루만에 날씬해져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갖게 되었다. 가난한 것이 불만이던, 민지는 부자가 되어 어떤 물건이든지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달라진 아이들은 다음 날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유정이는 다른 행성에서 온 솔트의 편지를 받고 이상한 병에 걸린 친구들을 구하러 나선다. 재치를 발휘해 마녀에게서 마법의 지팡이를 빼앗고 마녀를 물리친다. 유정이는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시선을 끌지 못해 속상해 했던 것처럼, 특별하게만 보였던 아이들도 한 가지씩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유정이 눈에 아이들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천진스럽게 즐겁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민거리를 두고 무작정 상상의 세계로 떠나서도 안 된다. 유정이는 고민거리를 마법지팡이로 풀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서 자신의 고민을 해결했다. 친구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꼈지만 친구들 속에서 자신을 찾았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내용에 상상력을 실어 담백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쁜 동화이다.
덧붙이는 글 | 류가미 글 / 국민서관 펴냄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