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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량은 두청이 내어놓은 사금파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사금파리 한 조각이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행보를 바꿀 증표가 된다는 것이 씁쓸하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즈음 장판수는 짱대와 함께 의주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내 원래 그쪽 따라 의주로 갈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었소! 그런데 그 거사께서 돌아가시던 날 부하들이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을 따지러 갔더니 이러지 않소?”
‘거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당신이 사람 하나 잘 못 건드려 모두를 험한 꼴에 밀어 넣었는데 이제 와서 뭘 따지는 게요? 그 놈에게 얻어맞아 뒹굴 때도 뭘 제대로 한 게 있소?’
“내가 열심히 변명을 해 대었지만 오히려 그 놈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어 날 두들겨 팬 후 어물패에서 몰아내고 말았지 뭐요. 내 갈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수소문을 한 후 국밥집에 있다던 장초관을 찾아온 거요. 장초관은 보아하니 힘깨나 쓰는 것이 어디가도 사람이 몰릴 상이오. 그러니 나 같은 것이 달라붙는다고해서 이상하게 볼 거 없지 않소?”
장판수는 짱대가 얼굴에 침까지 튀겨대며 떠들어 대자 찡그른 표정으로 얼굴을 닦아낸 후 소리를 질러대었다.
“이 놈이 실성을 했나 와 이러네? 니래 날 따라다녔다가는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지 몰라. 아니 그러기 전에 도저히 못 가겠다고 돌아가 버릴껀데 뭐가 어드래?”
“아니 겪어보지도 않고 어찌 그리 사람을 보시오? 내 이래 뵈도 한양에서 안 해본 것이 없소. 어릴 때부터 거렁뱅이로 살아가다가 화적떼에 잠시 몸을 담기도 했고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을 때도 피난을 가지 않고 한양에 머물며 어물패를 이끌고 먹고 살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오!”
“자랑이다 이 삿기야.”
이렇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장판수를 억지로 쫓아 짱대는 의주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장판수는 단순한 놈팡이로만 본 짱대의 어이없는 끈질김에 내심 놀랐지만 언젠가는 그의 마음이 바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강을 건너 청나라로 간다 이 말이유?”
뒤늦게야 장판수의 계획을 듣게 된 짱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야 이놈아, 누가 들으면 어쩔라고 큰소리네? 이러서야 어드래 심양까지 데리고 가겠어?”
“뭐요? 심양은 또 어디요?”
“저 위에 있는 청나라의 한양이 바로 심양이니라.”
“거기까지 가서 뭐한데요?”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을 구해올 거다.”
“아! 이제야 알겠네!”
짱대는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의외의 반응에 장판수는 의아한 눈으로 짱대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구해 와서는 사례금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요? 머리 당 베 한필씩만 받는다고 해도 심양으로 잡혀간 사람이 수 천 명은 되니 어디보자......”
“에끼 이놈아! 누가 돈을 벌자고 이러네! 그리고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천이 아니라 수만이니라! 그 사람들은 자신의 몸값조차 낼 수 없어 거기 있는 것이라우! 기런데 그 사람들에게서 뭘 받아?”
짱대는 그 말에 입을 딱 벌렸다.
“그럼 앞으로 뭘 먹고 사실 것이오?”
“기런거 신경 쓰지 말라우! 열심히 살다보면 입에 풀칠은 하게 되어 있어! 이러니 날 따라오지 말라고 진작 일러두지 않았네? 지금이라도 돌아가려면 돌아 가라우. 내 수중에 아직 돈이 있으니 그걸 가지고 한양으로 가면 될 거 아니네?”
짱대는 입을 다문 채 속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따라가겠소. 뭐 따라가서 남을 돕다 보면 횡재수를 잡을지 누가 아오?”
장판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짱대는 그런 장판수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장판수는 차예량이 머물렀던 곳을 중심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거기 장초관 아니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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