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무총리실은 공청회와 입법예고 절차를 규정한 '행정절차법'을 임의대로 해석, 공청회 개최 공고기간과 입법예고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9일 예정됐던 제주시와 서귀포시 공청회가 전국병원노조회(준)에 의해 공청회장이 점거당하면서 무산되었다. 게다가 11일 열리는 서울 공청회는 아예 참석자까지 통제하고 나서 공청회 정당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11일 오후 3시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열 예정인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관련 공청회' 개최를 채 하루도 안 남긴 10일 오후 4시50분을 전후로 정부산하기관과 의료관련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28개 기관 단체에 팩스를 일제히 보내 공청회 참석인원을 각 단체별로 2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주도록 협조요청(11월 7일 공문 발송) 했으나 국민적 관심이 지대해 참석자가 매우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청회의 원만한 진행상 관련 단체가 골고루 참석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별 2명씩으로 제한키로 했다"며 공청회 참석제한 사실을 통보했다.
국무조정실은 이어 "10일 오후6시까지 그 명단을 통보해 달라"면서 '소속' '성명' '직책' '성별' '연령' '연락처'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은 각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통보받은 인원에 대해 '비표'를 발급하고 이 비표가 없을 경우 공청회장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의 이 같은 방침은 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제주시와 서귀포시공청회가 실력저지로 무산되고, 민주노총과 사회보험노조 등에서 서울공청회를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극히 제한된 인원만 참석시켜 '형식적인 공청회'로 입법화의 근거를 마련, 연내 국회에 상정처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무조정실은 민주노총과 사회보험노조, 의료연대회의 등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관심을 보여온 단체들에게는 아예 공문조차 보내지 않아 이들의 공청회 참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으며,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의료단체에 대해서도 "11일 제주에서 공청회가 다시 열리지 않느냐"는 이유로 서울공청회 참석을 불허했다.
즉 28개 단체에 각 2명씩 배정, 56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민을 포함해 향후 전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국내외 영리법인 병원설립 허용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셈이다.
또 여기에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법제연구원'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토지개발공사' 등 정부산하기관 등을 포함시켜 의도적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와 함께 이날 오후 6시30분까지 공청회 참석자 명단을 통보하도록 하면서 각 단체에게는 오후 4시54분이 돼서야 팩스로 이 같은 사실을 통지해 공청회 참석을 가급적 최소화 하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4일 입법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기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다 제주도에 한해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자치·조직·인사권을 대폭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 새롭게 제정되는 법률이다.
여기에는 지난 7월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해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하나의 통합 행정시로 묶으며, 기초의회도 없애는 대신 광역의회 정수를 현행 16명에서 39명으로 늘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전국에서는 최초로 도교육위원회가 도의회와 일원화 돼 특별상임위원회로 흡수되며,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주민 직선제로 선출하도록 하는 등의 자치권을 대폭 이양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를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모델'로 만든다는 명분하에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며, 특히 이중에는 국내외 영리법인에게 병원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발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은 인천, 광양, 부산 등 외국인이 거주하는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외국 영리법인의 병원설립을 허용했으나 국내 영리법인에게도 병원설립을 허용한 것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이 처음이다. 정부는 다만 국내영리법인은 2007년 이후 허용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의료연대회의, 사회양극화국민연대 등 전국 단위의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가뜩이나 공공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주도민들은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 돼 돈 없는 서민들은 결국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며 영세한 병·의원은 대형 영리병원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또 "정부가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건강보험은 당연적용토록 하고 있으나 영리병원을 허용한 이상 자율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 같은 정책은 국내 의료시장을 전면 개방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입법저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국무총리실이 산하에 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을 만들이 직접 챙기고 있으며 공청회와 입법예고가 끝난 후 오는 20일을 전후에 국회에 상정,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은 2006년 7월 발효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승록 기자는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 기자이며,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