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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최근 제기된 4건의 군 의료민원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제2 노충국'이라고 불리는 박상연·오주현·김웅민(왼쪽부터)씨측은 국방부 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윤성효

국방부는 10일 고 노충국씨 사건과 함께 전역 직후 암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박상연·오주현·김웅민씨의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피해자나 가족들을 거의 접촉하지 않은 '반쪽짜리 조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오진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의 사연은 지난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진 바 있다.

피해자 3명 중 1명만 면담

<오마이뉴스>가 10일 국방부 발표 직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피해자 3명(박상연·오주현·김웅민)중 박상연씨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들은 아예 만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24·위암3기)의 경우에도 고 노충국씨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아버지 박홍신씨가 집을 비운 사이 국방부 조사관 3명이 예고 없이 찾아와 혼자 있는 박씨를 약 20분간 면담한 게 전부였다.

김웅민씨(23·위암 말기)의 경우 조사단이 아버지 김종근씨에게 3차례 전화해 짧게 환자상태에 대해 묻고 방문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방문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주현씨(22·췌장암 말기)에 대해서는 아버지 오세문씨에게 조사단의 전화가 왔지만 "운전 중이니 통화가 힘들다"고 하자 끊은 뒤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

국방부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감사기획과장(부이사관)을 포함해 감사관실 2명, 내과 군의관 2명, 의무행정장교 1명, 헌병수사관 1명 등 모두 6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하고 진료의 적정성 여부, 의료접근권 보장 여부, 군 의료체계 문제점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방법으로는 진료기록 확인과 관련자 면담 및 진술청취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 당국이 밝힌 '관련자 면담 및 진술청취'에 조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피해자측의 진술청취가 사실상 배제된 것이어서 '부실조사'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연씨 부친 "군의관이 아들에게 '위 내부가 깨끗하다'고 말했다"

▲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최홍숙 감사기획과장이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국방부측의 박상연·김웅민·오주연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피해자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역 후 6주만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박상연씨에 대해 "2004년 12월 31일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 때 호흡곤란과 가슴답답증 호소로 십이지장 진입 직전에 검사를 중단한 후 추후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조사단측은 기자들의 질문에 "12월 31일 당일 다시 내시경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추후 일자를 고려할 수 있었지만 시간적 이유와 박씨가 민간병원 진료를 위해 진단서 발급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씨 아버지 박홍신씨는 "내시경을 하다가 중단한 것은 맞지만, 당시 군의관은 아들에게 '위 내부가 깨끗하다'고 말했고, 내시경을 다시 하자는 제의도 없었다"며 "또 진료 당시 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계속 아프니까 1월 14일 제대 휴가 나오기 직전 민간병원 진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씨는 "당시 잘못된 것이 있었으면 깨끗하게 밝히고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방부 조사단 발표는 이제 와서 변명만 늘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역한 지 보름만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오주현씨의 가족들도 군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시 오씨가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사유로 "소속부대에는 내시경 및 초음파 등 진단장비가 없고, 지리적 여건상 상급 군 병원으로의 외진이 제한되어 정확한 진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씨 외사촌 형인 권수범씨는 "주현이가 지난해 7월 처음 심한 복통을 호소해 담당 군의관으로부터 장염 진단을 받은 뒤 서너 차례 더 심한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과, 담당 원사한테 (군대) 밖에 나가서라도 내시경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묵살당한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국방부 발표는 '군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식인데, 정말 할 말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노충국씨 부친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마라"

▲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 주차장에서 치러진 고 노충국씨 장례식에서 부친 노춘석(오른쪽)씨가 향을 피우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0월 27일 끝내 숨을 거뒀던 고 노충국씨의 아버지 노춘석씨는 국방부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내용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4일 아들 장례식을 치르고 그동안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있는 노씨는 특히 군의관 이 대위 혼자 진료기록지를 조작했다는 발표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국군광주병원장은 자신이 절대로 진료기록 조작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국방부가 이 대위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은 은근슬쩍 빠져나가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국방부가 지금이라도 충국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군대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 그 이상 원하는 건 없다"면서 국방부의 겸허한 자성을 당부했다.

노충국비대위 "민관합동조사단 구성해 의혹 씻어내야"

국방부의 이번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고 노충국씨 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조사결과 발표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했다.

비대위는 1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임관한지 석 달이 조금 넘은 해당 군의관 이씨 혼자서 노충국씨의 진료기록을 조작했다는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면서 "노충국씨외 3건의 조사에서도 그 어떤 조작이나 과실이 있었는지 속 시원히 밝히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군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군대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군대가 조사하고 또 자신들이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폐쇄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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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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