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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 방안을 결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반국민 50% 참여'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이번에 결정된 선거인단 구성 비율은 전당대회 대의원 20%, 당원 선거인단 30%, 일반국민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되어있다. 일반국민 직접참여 30%에 여론조사 20%이니까 외견상 일반국민 참여 50%로 보일 법하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인단에 탈락한 당원들이 일반국민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렇게 되면 당원들의 비율은 실제로는 '50%+α'가 되는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 전체의 80%를 당원들이 차지할 수도 있다. 열성적인 당원들의 적극적인 신청을 예상하면, 상당수의 당원들이 일반국민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결국 '당심'이 '민심'보다 우위에 서게되는 경선이 되는 것이다.

당심이 민심보다 우위에 서게되는 경선

▲ 10일 한나라당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 방안을 놓고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무늬만 국민경선'이요, 박근혜 대표에게 유리한 '불공정 경선'이라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9월 20일 저녁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나란히 서서 청계천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애당초 한나라당 혁신위원회가 일반국민 참여 50%의 경선안을 내놓았던 것은 후보경선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당심과 민심간의 괴리 현상을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그같은 국민경선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이같은 형식적인 국민경선안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계속 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당원들의 지지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반면 당 밖에서 활동해온 이명박 시장이나 손학규 지사 등의 경우에는 당내 지지보다는 여론의 지지에 더 큰 기대를 걸어야 할 형편이다. 혹시 누가 한나라당에 들어가 후보경선에 참여하려 해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승부가 사전에 예고되는 불공정 국민경선이다. 당내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우위를 점하게 되어있는 제도이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실시하는 국민경선은 지극히 폐쇄적인 구조의 '무늬만 국민경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한나라당 운영위는 좀더 개방적인 국민경선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여 그같은 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경선의 부작용에 대한 그같은 우려는 사실 지난 2002년 (당시) 민주당 국민경선 도입시에도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민주당의 국민경선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방적인 국민경선은 예측불허의 접전을 낳았고, 그 결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극적인 흥행효과를 거두었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도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의 추세를 놓고 보면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대결은 예측불허의 대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심과는 괴리된 당심이 우위에 서는 경선이 된다면 상당히 싱거운 게임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우둔함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 국민경선안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우둔함이다. 한나라당 운영위의 결정은 차기 대선에서 최대의 흥행효과를 거둘수 있는 이벤트를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빅매치'의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켜 버리는 선택인 것이다.

누가 후보로 선출되든간에 당 전체가 살고 대선승리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렵게 돌아가는 길을 택하려는 것일까. 결국 제도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사심'(私心)이 개재된 결과가 아닐까.

한나라당 운영위가 결정한 국민경선안은 어쩌면 한나라당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재보선이라는 전투에는 이기고 대선이라는 전쟁에는 져왔다'는 자조를 되뇌이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시기에 도달해서는 또다시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는 모습.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했듯이, '지지율 40%대'가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2007년에는 정권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한나라당. 그러나 무늬뿐인 국민경선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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