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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얻을 수 없는 기회이기에 이 기착지에서 생을 바쳐 기원해도 좋을 추억 하나 만들고 싶다"고 작품집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우암(右庵) 윤신행(尹信行)씨의 개인전이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문화의전당(수원시 팔달구)에서 열린다. 장학기금 마련 전시로 1990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두 번째 개인전.

▲ 윤신행 작, 道德(도덕), 70×7cm
ⓒ 윤신행
(사)한국예술문화원 전우천 이사장은 도록 발문에서 이번에 열린 전시회 작품들이 갖는 미덕을 이렇게 전한다.

"이 개인전을 위해 채근담(菜根譚)을 주조로 한 서예 작품을 앞세우고, 이어서 한글·한문 작품과 문인화와 산수화 등 참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구성함으로써 질과 양에 있어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을 주고 있다. 덧붙여 말할 것은 작품의 구성에 있어 각각의 작품마다 조형성(造形性)을 고려하여 독특한 기하학적 규준(規準)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관람자로 하여금 감상의 재미를 더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채근담 문장, 우주의 음양 철학 담아낸 작품으로

▲ 윤신행 작, 흰밭갈이, 35×140cm
ⓒ 윤신행
이번에 선보일 작품들은 금년 들어 한 것들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작품을 해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회는 신작으로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회갑기념전'인 동시에 '장애인돕기 기금조성'을 위한 전시다. 작가는 '사랑의 전화'에서 그 동기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한다.

"경기도 사랑의 전화 대표로 있어 늘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던 것이다. 평소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우러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전시회 작품에서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채근담> 전·후집 가운데 전집 225장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위하여 305점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15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서(書)는 1번부터 225번까지는 <채근담> 전문을 작품화하여 수록했다. 작품성을 살리기 위하여 작품 외형에 그 철학적 의미를 담아보았다."

즉 작품이 보여주는 원형(圓形)은 우주를 상징하고, 한문은 음성적 글씨, 한글은 양성적 글씨로 보고 우주 속에서 음과 양의 화합을 나타낸 것이다. 또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가운데 글씨는 음과 양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구성해 채근담 문구를 우주에 비유하여 작품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문은 채근담 원문이며 한글은 석문이다. 또 외부를 둥글게 감싼 원(圓)은 그 장이 지니고 있는 대의다. 225점 작품이 모두 원의 형태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내포된 음양 조화라는 사유는 동일하다.

채근담 전문을 쓴 225점을 제외한 작품들은 '인내(忍耐)' '충(忠)' '효(孝)' 등의 작품처럼 교훈이 될 수 있는 문구를 가지고 한문, 한글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흰밭갈이' 작품은 자작시를 가지고 한 것. 작가는 1999년에 <한 그루 해송이 되어>라는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 시집에 나온 시를 가지고 작품화한 것 가운데 이 한 편을 수록했다. '흰밭갈이'란 '흰 화선지를 밭을 삼아 간다'는 의미로 서예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문 작품의 경우는 명심보감, 반야심경 등의 구절로 작품을 만들었다. 자필자각한 서각 작품도 있다. 그림의 경우는 '설죽(雪竹)' 등을 비롯한 사군자 작품 '새우' '송학도(松鶴圖)' '연산홍' '포도' 등의 작품과 산수풍경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작품을 정리해보면 채근담을 주제로 한 작품에 큰 비중을 두었으며 장르면에서는 서예와 문인화, 산수화 등 다양한 부문을 섭렵했고, 원형의 틀 속에 치밀하게 작품을 함으로써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정신성을 보여주었다.

▲ 윤신행 작, 朱子十悔(주자십회), 140×70cm
ⓒ 윤신행
과감한 조형 시도의 작품들

이번 전시에서 주제를 명확하게 표출하려고 한 부분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말한다.

"<채근담>은 흔히 동양의 경전이라고 할 만큼 접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좋은 글임을 알 것이다. 이 글을 보면서 그 문장 하나하나가 지닌 아름다운 의미를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표현해내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우주에 담긴 음양의 원리를 작품에 표출하려고 했고, 음과 양이 화합하고 조화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채근담>을 읽고, 또 그 의미를 새겨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주제로 삼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시장에서 다 전시하기는 어려워 <채근담> 문구를 쓴 225점 가운데 100여 점을 골라 전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서화 작품에서 50여 점을 가려 전시한다. 이렇게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작가의 작품 철학이 담겨 있다. 평소 법첩을 가지고 공부하는 동안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소화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 방법적 모색과 과감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이 점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평가를 받든지 그에게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하겠다"며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를 밝힌다.

▲ 윤신행 작, 애국가, 36×18cm
ⓒ 윤신행
법첩을 스승삼은 학서 과정

"우리가 성장한 시대는 참으로 어려웠던 시기다. 그러다보니 제때 공부하지 못했고, 사회 일원으로 생활하다보니 공부에 대한 갈급함이 많았다."

작가는 군대에 다녀온 후 경기도청에 근무하게 된다. 그때 독학을 하면서 지적 열망을 채워나간다. 그러다가 서른 살 무렵, 길을 찾은 것이 서예의 길이었고, 서른여덟 살에 비로소 서예학원을 열었다. 이후 지금까지 서예의 길을 걸어오게 되었고, 공부도 계속했다. 그러다 쉰세 살에 마침내 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책이 많지 않았다. 무사독학하면서 많은 고심을 해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무렵 서예가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서예를 접하면서 성격과 기호에도 잘 맞는 것 같았다. 법첩을 스승삼아 거의 모든 법첩을 섭렵했다고 할 만큼 몰두하여 공부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도 학서 과정의 가려운 곳을 잘 안다. 교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책을 스승 삼아 독학으로 공부하다 보니 '이러한 부분을 명징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 온 것이 출간계획의 출발점이 아닐까.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먼저 한문서예의 전서 부분에서 교재 출간을 구상하고 있다고만 답한다. 이번 전시 못지않게 어떤 가려운 곳을 긁어줄 책이 출간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 전시문의 : 031-243-6056 (우암 윤신행)
* <월간 서예문인화>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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