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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족쇄를 풀어달라"며 도보 시위에 나선 김기현씨.
"농업의 족쇄를 풀어달라"며 도보 시위에 나선 김기현씨.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북 고창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김기현씨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채운 족쇄를 제발 풀어달라"며 서울까지 450km를 걸어 가겠다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고창군연합회 전 회장을 지낸 김기현(48)씨는 14일 오전 10시 고창군청 앞에서 '우리 농업 살리기 450㎞ 대장정 족쇄 투쟁 출정식'을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14일 오후 6시 30분경 전북 정읍에서 태인으로 향하고 있던 김씨는 "정부가 나서서 농업을 가둬버렸다, 이 족쇄를 이제는 풀어달라는 의미"에서 다리와 몸에 쇠사슬을 이어 만든 족쇄를 두른 채였다. 정부와 정치권이 "당리당략과 정쟁이 아니라 이 족쇄를 어떻게 풀어줄 것인지 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씨는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상복(喪服)'이다"며 "촉망받는 30대 농민이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에 죽음을 택했듯이 농업과 농민이 죽어나가고 있다, 이미 농업은 '상중(喪中)'"이라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우리나라 농업은 상 중이다"... 상복에 족쇄차고 서울로

김씨는 7박8일 동안 하루 50km씩 모두 450km를 걸어 오는 21일 서울에 도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의 도보 시위는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와 농업회생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는 호소다.

김씨는 "이런 시위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국민들이 농업문제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식상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며 "우려했던 쌀값 폭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쌀 협상안 국회비준은 안된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고 도보 시위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그는 11일 저녁 "농촌이 정말 어렵습니다"라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용품씨의 자살에 대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그게 말이 되느냐, 농업발전을 생각해 보자는 농업인의 날에 농민이 죽어나가는 것이 말이되느냐"며 "내가 가는 걸음의 길이(450km)만큼, 농심이 민심이고 민심이 천심임을 알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을 향한 그의 분노는 국도를 엄습한 찬 바람만큼이나 싸늘했다. "당리당략으로 정쟁만 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뭘하고 이제와서 국제적 약속이니 어쩔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는 것들이 뭔 일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려울 때 국가를 지탱하고 살려낸 것은 우리 같은 농민들이다"며 "그렇게 살려놓으니까,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철퇴을 들어야한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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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상복에 걸친 작은 '플래카드'에는 '대동단결'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그는 "농민들이 단결해서 우리 현실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농자천하지대본 부활'과 '농민이 웃고 농업이 살아나는 그 날까지' 그는 "계속 또 걷겠다"고 다짐했다.

도보 시위에 앞서 그는 지난 6월과 9월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를 호소하며 자전거를 타고 상경하기도 했다. 당시에 그는 청와대와 국회 등에 농업회생을 위한 건의문을 보냈다. 그러나 그 답은 그에게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김원기 국회의장, 노무현 대통령, 농림부 등에 건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답을 듣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에 "미봉책만으로는 안된다, 또 답을 주지않으면 또 다시 시작할 것이다, 또 걸어야지 뭐"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나라당이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16일 쌀 협상 국회비준안 본회의 처리'에 대해 연기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우선 조금이나마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린 것 같다"면서도 "그런다고 농업과 농촌의 현실이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쌀 협상안을 비준하기 전에 농촌과 농업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근본대책이 잘 세워져야 한다, 그 후에 협상해도 늦지않다"며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우리 농민들은 어디가서 서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는 당장에 추곡수매제를 부활시켜서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김씨는 21일 서울 여의도에 도착해 이날 열릴 예정인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씨는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서 1만500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있다. 김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농민-국회-정부 협의기구 구성 ▲식량자급율 목표치 법제화 ▲학교급식법 개정 ▲밭농업직불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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