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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혁이의 유아시절 마지막 재롱잔치가 열렸습니다.
ⓒ 박미경
지난 12일 강혁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 마지막 재롱잔치가 열렸습니다. 올해 7살인 강혁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든요. 강혁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선 해마다 군민회관을 빌려 재롱잔치를 엽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준비한 재롱을 보고 엄마아빠들과 게임을 즐기며 신나는 하루를 즐기기엔 적당한 장소거든요. 강혁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100여명의 원아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엄마아빠 300여명이 마음껏 뛰고 놀기엔 춥지도 않고 딱인 곳이지요.

그런데 그날따라 오전에 무슨 할 일이 그리도 많은지. 아침 일찍 혜준이랑 강혁이, 남혁이를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놀이방으로 보내고 오전 내내 밀린 빨래며 청소를 했습니다. 오후 1시경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온 혜준이의 점심을 챙겨 먹이고 퇴근한 남편과 함께 놀이방에 들러 막둥이 남혁이까지 데리고 군민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재롱잔치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서두른 탓에 다행히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고운 한복을 입은 강혁이반 친구들은 '남원산성'이라는 창을 읖조렸습니다.
ⓒ 박미경
"강혁이 어머니, 우리 강혁도령 좀 봐주세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회관으로 들어서려는데 어디선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강혁이가 있는 슬기로운반 선생님이십니다. 슬기로운반 친구들은 예쁜 한복들을 곱게 차려입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와, 문강혁, 정말 멋지다. 아들 최고! 엄마는 먼저 올라가 있을게. 잘해!"

아들에게 잘하라고 아낌없는 격려(격려한 거 맞죠?)를 해 주고는 군민회관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서둘러서 빨리 온다고 했는데도 회관 안에는 벌써 많은 엄마아빠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느 '기' 있는 아빠가 사회를 맡아 흥을 돋우고 계셨구요. 사회자의 넉살에 회관은 엄마아빠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 하늘 높이 치켜든 손같이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활짝 폈으면 좋겠습니다.
ⓒ 박미경
4살짜리 꼬마친구들의 공연에 이어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강혁이반 친구들이 등장했습니다. 저 아이들이 꼭두각시춤을 추려나?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하고 궁금해하는 찰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입에서 걸쭉한 '창'이 흘러나왔습니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 어쩌구 저쩌구…."

강혁이가 한동안 입에서 흥얼흥얼 중얼중얼 무언가를 읊고 다니더니 그게 남원산성이었던가 봅니다. 뭔가 귀여운 율동을 기대하고 있던 엄마아빠들은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창소리에 키득키득 웃으며 한편 대견함을 감추지 못했답니다.

이날 강혁이는 구성진 창과 "우리 어린이들은 꿈을 꾸는 꿈 박사랍니다"라는 내용의 웅변을 씩씩한 목소리로, 그것도 영어로 발표했습니다. 재롱잔치의 마지막은 "아빠, 사랑해요!"라는 노래에 엄마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모든 아이들이 부른 합창으로 장식했습니다.

아이들이 합창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는 엄마아빠들의 가슴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랑과 대견함, 뿌듯함 등이 감동의 물결을 이뤘습니다.

▲ 아이들이 '아빠, 사랑해요'를 합창할땐 엄마아빠들의 가슴엔 감동이 물결쳤습니다.
ⓒ 박미경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달 혹은 1년이 지난 후,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이렇게 컸나싶게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랍니다.

지난 해 수줍게 수줍게 선생님 등에 떠밀려 억지로 무대에 올라갔던 강혁이가 씩씩하게 무대에 올라 자신 있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또 이렇게 1년 동안 씩씩하게 먹이고 입히고 재워가며 뒷바라지하면서 잘 키워낸데 대한 보람(?)도 느끼구요. 그래서 아이들은 키우면 키울수록 새롭고 사랑스러운가 봅니다.

▲ 재롱잔치가 끝난후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신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혁이도 내년엔 어린이집 원복이 아닌 학교 체육복을 입겠지요.
ⓒ 박미경
이제 강혁이는 내년에 누나 혜준이와 학교라는 공간에서 초등학생으로 무대에 오를 겁니다. 하지만 내년에 5살이 되는 막내 남혁이는 앞으로 3년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로서 엄마 아빠에게 재롱을 보여주겠지요.

아이들이 한해 한해 커간다는 사실이 기쁘고 뿌듯하면서도 한편 서운한 맘이 드는 건 엄마아빠의 품에서 놀던 어린아이에서 엄마아빠의 품을 떠나 혼자 모든 일을 해 나가야하는 어른이 되는 때가 점점 가까와지는데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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