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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정기여객선 '페리호'가 막 도착한 부두. 호주 시드니의 한 건물을 모방하여 만들었다는 조개 모양 지붕이 근사한 '부산국제연안여객터미널' 출입국장이 갑자기 시끌벅적하다.

대합실 출구에서 요란한 화장과 화사한 옷을 차려입은 한국의 '현지처'들이 일본 오사카에서 부산에 막 도착한 일본인들을 향해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주고 애교를 떨며 반가이 맞는다. 그리고는 서툰 일본말을 건네기도 하며 웃으면서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오른 후 어디론가 사라진다.

한ㆍ일간의 현지처 문제를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 취재차 부산에 왔던 자유기고가 선배와 함께 부산국제연안터미널을 찾았다가 우연히 지켜본 광경이다. 그때가 79년이었다. 덕택에 그 이후로 일본인의 섹스관광, 현지처 문제, 조선인 정신대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한ㆍ일간의 기생관광, 현지처 문제 등을 한국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다 지금은 중국 상하이(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온 조선인 정신대 할머니들의 집단 위안소가 최근 발견되었다)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의 현지처를 보게 되고 혹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일도 생긴다.

한국인들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현지처 구해

얼마 전 중국에서 발행되는 동포신문인 <흑룡강신문>이 "베이징 외국인 아파트 거주 조선족 여성 20%가 현지처"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이 기사는 베이징 아시아선수촌 2만 가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선족 여성의 20%가 한국인 현지처로 추측된다는 보도였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라 상하이, 칭다오 등 한국인 기업인들이 많이 상주하는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조선족 교포와 중국여성(한족)을 현지처로 삼아 같이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상당수 보게 된다.

"중국 내 한국인 현지처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으나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중국 내 사정에 밝은 상하이 거주 한 한국인은 이야기해준다.

이처럼 한국인 상대 현지처가 중국에 존재하는 것은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단신으로 중국으로 건너와 사업을 준비하고 영업을 하고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고독감을 이기지 못한 탓일 것이다'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한편으로는 현지처가 되는 조선족 교포와 중국인(한족)들이 한국인과 같이 생활하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풍요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므로 일부 여성들은 현지처가 되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한국인들과 조선족 여성 혹은 중국 여성이 현지처로 쉽게 연결되는 장소는 주로 가라오케 주점(KTV), 노래방, 식당, 마사지실 등 최근 호황을 누리는 요식유흥업소와 서비스 업종이다. 아니면 여행 가이드나 아는 사람들의 소개로 연결되기도 한다.

중국에 이처럼 한국기업인의 현지처가 많다보니 중국의 현지처 문제로 그동안 단란했던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국 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카페에 들어가 보면 중국의 현지처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아내의 하소연을 접할 수 있다.

"남편이 잘 배우고 잘 생긴 조선족 여자에 푹 빠져서 한국에 있는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어떻게 해야 남편을 바로 잡을 수 있겠느냐?"

"현재 현지에서 남편과 같이 살고 있지만 '남편을 사귀고 있다'는 조선족 여자가 당당히 전화를 걸어올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집에까지 찾아와서 '당신 남편을 사랑하고, 당신 남편도 나를 좋아하니까, 네가 물러나 줄 수 없느냐?' 라고 말한다. 나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

하지만 이런 글을 접한 사람들은 시원하게 답글을 달아주지도 못하고 다만 '남의 일 같지 않다'하며 안타까워할 따름이다.

남녀 애정, 결혼 문화 등 중국과 한국 많이 달라

중국에서 한국남성들이 현지처를 두거나 동거를 하게 될 경우 한국인 아내와 분쟁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인 아내들이 한국과는 다른 중국의 결혼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상황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파국으로 몰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 여성의 옷차림도 자본경제 도입 이후 대담해지고 있다
ⓒ 유창하
우선 조선족을 포함하여 중국 여성들은 한국 여성보다 남녀 애정에 더 적극적인 편이다. 이혼이라든지 현지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한국인과 틀리다. 남녀간에 발생하는 연애와 결혼, 결혼생활, 이혼문화 등 생활관습에서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결혼 전의 성경험에 대해 한국인들보다 더 관대할 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 중에 다른 이성과의 교제에도 관대한 편이다. 현지에서 느끼는 바로는 우리가 눈을 부라리고 바라보는 현지처 문제에도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사람이 식당에서 '밀착'을 하고 애정 행각을 벌여도 그다지 신경을 안 쓴다. 중국부자들의 첩 문화가 뿌리 깊음을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대체로 중국인들은 남의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구나 남녀가 이혼을 한 경우에도 우리나라 사람처럼 안면 몰수하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고, 이혼 남녀는 만날 일이 있으면 서로 만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자식문제, 생활상 어려움 등을 의논하기도 한다.

중국 여성들이나 조선족은 한국 여성과 달리 대부분 자기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성을 만나는 것도 한국 여성보다 더 적극적이다. 특히 외국인을 사귀는 경우는 더 적극적이다. 기혼자일 경우에라도 마음에 들면 어떻게 하든지, 상대방을 이간시키더라도 남자를 자기 사람으로 끌어 들이려 한다.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통해 체득한 경험을 살려 주도면밀하게 접근해, 때로는 '위압'으로 때로는 '당근'으로 남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상대방 부인에게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도록 유도하여 당사자 스스로 이혼하도록 한다.

현지처, '한류' 잠재우고 반한의 뇌관이 될 수도

중국에서 많은 한국인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민간 외교관으로 직장과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현지처, 섹스관광 등으로 '여자 밝히는 한국인' '술 한국인' '졸부 한국인' 이런 이야기를 중국인들에게 듣는 것은 한국인의 좋은 인상을 흐리게 하여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게 한다.

또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의 현지처 문제로 기업 활동이 망가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 국내 경기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못해먹겠다고 아우성이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상인들은 울상이다. 중산층이 서민이 되고 서민들은 빈곤층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탄을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경제사정 속에 해외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기업을 하다 보면 합작 파트너와 불미스런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한국 기업인의 현지처 문제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이 약점으로 꼬투리 잡혀 그동안 일구어놓은 성과와 결과물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고 마는 경우가 생긴다.

더 중요한 건 한국인의 현지처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인의 감정을 터트리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를 수입하는 큰 시장이다. 큰 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한국의 대중가요를 들을 수 있을 정도고 <대장금>의 여주인공들은 전 중국인의 흠모 대상이 되어 있다. 하지만 자칫 중국에서의 현지처 문제가 불시에 불거질 경우 이것은 '한류'를 잠재우고 중국인의 반한 감정에 불을 지피는 뇌관으로 변할 수도 있다.

재중동포인 동시에 중국 국적인 조선족 여성을 한민족으로 바라보고 대접을 하여야 한다. 경제적 우위로 인해 한국인들이 은연중 가지고 있는 우월감을 버리고 그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보아야 한다. 재중 동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한국으로선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입에 담기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현지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중국은 우리에게 있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너무 가까워 진, 큰 시장이고 같이 살아가야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진리지만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지키는 것 역시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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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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