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17일 오전 9시5분]
17일 새벽 끝내 사망...농민회 오후 3시 기자회견
'쌀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음독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던 경북 성주의 여성농민 오추옥(41)씨가 결국 17일 사망했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오씨는 이날 새벽 4시 45분쯤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
오씨는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자신의 집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을 기도했지만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생명은 건졌다. 그러나 병원 치료 중이던 지난 16일 낮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생명이 위독해졌다.
오씨는 투병 중에도 '수입개방 반대'한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신의 남편에게 '서울 집회에 참석하라'고 당부하는 등 의지를 불태워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유족과 성주군여성농민회 측은 오씨의 빈소를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영안실에 마련할 계획이다.
또 농민회는 애초 오늘(17일) 오전 11시에 계획됐던 경북도청 앞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오후 3시 병원에서 오씨의 사망과 향후 장례일정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이에 앞서 국회 쌀수입 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지난 11일 전남 담양의 젊은 농민 고 정용품씨가 자살한 바 있다.
[1신 : 16일 밤 10시 5분]
음독 자살 기도한 경북 성주 40대 여성농민 '중태'
"쌀개방 안돼... (차라리) 나를 죽여라... 나는 간다."
쌀수입 국회 비준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농민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남 담양의 농민 고 정용품씨가 농업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살한데 이어 또다시 경북의 한 여성 농민이 음독자살을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의 집에서 제초제 마시고 자살 기도... 위독
지난 13일 저녁 8시쯤 경북 성주군 벽지면 봉학리에 사는 오추옥(41·여)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 자살을 기도했다. 오씨는 다행히 연락을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 위세척을 받고 일단 생명은 건졌지만 아직 위독한 상태.
현재 오씨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씨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에 따르면 "제초제의 독성이 몸으로 퍼지면서 상태가 더 나빠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사실상 오늘이나 내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의료진의 설명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일시적으로 의식을 되찾기도 했지만 오늘(16일) 낮부터 다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 의식은 있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노트에 휘갈겨 쓴 "쌀 개방 안돼"
오씨가 자살을 기도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발견된 오씨의 노트에서 의문이 풀렸다. 오씨가 한때 가계부로 사용하던 이 노트에는 오씨가 음독을 한 후 휘갈겨 쓴 것으로 보이는 짧막한 글귀가 발견됐다. 이 글귀에는 젊은 여성 농민의 절규가 그대로 드러난다.
"쌀개방 안돼. 우리 농민 안돼. 죽여라(죽겨라)...죽여...나는 간다." 오씨는 또 다른 쪽에 남편에게 전하는 글귀도 남겼다. "여보 정말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합니다. 여보 제발 우리 서로 마음을..."
그는 삶과 죽음을 다투는 병원에서도 쌀개방 반대 의지를 불태웠다. 오씨는 치료도중 직접 종이에 "수입개방 반대한다,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는 등의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또 병상을 지키던 남편에게 "서울 농민 집회에 참석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장애 남편과 귀농... 하지만
음독자살을 기도한 오씨는 지난 2000년 남편과 함께 언니 부부가 살고 있는 성주로 귀농했다. 남편 이용식(45)씨는 지체장애 5급으로 지난 99년말 다니던 무역회사에서 사실상 정리해고 당한 이후 부인 오씨와 귀농을 선택했다.
직장을 나오면서 받아둔 퇴직금이 밑천이었다. 그러나 땅을 살 엄두를 못낸 오씨 부부는 남의 땅을 빌어 2000평 규모로 참외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다행히 초기엔 퇴직금과 '땀흘린 대로 거둔다'는 '정직한' 농업에 대한 희망으로 견뎠다.
오씨는 이 와중에 농민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업의 현실에 눈을 떴다고 한다. 쾌활한 성격 덕에 누구와도 친분을 가지고 지냈고, 올해부터는 성주군 여성농민회 문화부장직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으로 일구던 농사는 오씨의 의지와는 정반대였다. 해가 갈수록 모아뒀던 퇴직금은 바닥이 났고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매년 힘들게 참외 농사를 지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기 일쑤였다.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였다. 귀농 6년째인 오씨에게 남은 것은 희망보다 목전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는 수입개방의 압박이었다. 결국 농약을 마시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성주군 여성농민회 전영미 사무국장은 "해가 갈수록 빚도 제대로 값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담보도 없어 농협 대출도 쉽지 않다는 말을 (오씨에게) 들었다"면서 "그마나 쌀 수입 개방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꿈꾸던 희망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민 천대가 결국 농민들 줄인다"... 농민회 대응 숙의
오씨와 함께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는 이현정(39)씨는 "성격이 원래 밝고 적극적이어서 사람들과 만나길 좋아했던 언니였다"면서 "늦게 농촌으로 들어와 고생도 했지만 예쁘게 살던 부부였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또 "농업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데도 농민들을 천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기서 자포자기한다면 언니와 같은 선택을 할 사람들이 계속 생길까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성주군 농민회와 여성농민회 등 농민회 단체들은 서울 상경 집회가 끝나 귀가하면서 오씨 사태와 관련한 향후 대책을 숙의한 뒤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열심히 농사 지으면 좋아질 줄 알는데.." | | | [인터뷰] 음독자살 기도한 오추옥씨 남편 이용식씨 | | | |
| | ▲ 치료를 받고 있는 오씨를 남편 이용식씨가 간호하고 있다. 이씨는 "열심히 농사지으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수입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음독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진 오추옥(41·여)씨의 남편 이용식(45)씨는 "농사를 지어도 수익이 없어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귀농 부부가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16일 오후 중환자실에서 만난 이씨는 4일째 병상을 지키고 있던터라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씨는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라며 말문을 연 "최근들어 농사를 지어도 사는게 힘들어서 '죽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면서 "하지만 그저 푸념섞인 농담 정도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농사를 지어도 매년 수익이 남지 않았다"면서 "어렵게 대출을 받아서 기껏 농사를 지어도 정작 제값을 못받아 이자도 제대로 못 낼 형편이었다"고 토로했다. 6년차 귀농 부부에겐 영농자금 1000만원과 농협에서 받은 3000만원 등 총 4000만원의 빚만 남았다.
이씨는 "하지만 그나마 희망을 버릴수 없어 평수도 늘려봤지만 갈 수록 더 못한 상황이 됐다"면서 "열심히 살면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고 말끝을 흐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