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봐도 위험천만하다. 서울 지하철 을지로3가역의 모습이다. 더구나 이 역은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곳으로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공사 시행안내판에는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끼쳐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역은 냉방시설 및 기타공사를 시행중에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공사기간은 1년.
역에서 만난 김정희(45ㆍ여)씨는 "매일 이 곳을 이용하는데, 천장을 볼 때마다 무너져 내릴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안 좋다"며 "아무리 편의시설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한다지만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겠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은 "공사를 이 모양으로 하면 되겠어. 여기가 공사판이야? 차라리 역을 폐쇄하고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는 게 낫지. 여기저기 흐트러진 전깃줄과 삐죽 나온 골재 등을 보면 가슴이 섬뜩해진다"고 혀를 찼다.
을지로3가역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고 하자 "죄송한 것을 알지만 서울지하철공사와 이를 관리하는 서울시 책임 하에 공사를 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감리단의 한 관계자는 "을지로3가역은 다른 역에 비해 넓고 큰 데다가 PSD(도어스크린)까지 설치해야 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며 "공사기간이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 속도를 내다보니 불편을 끼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자살을 방지한다며 여기저기 도어스크린을 설치하느라 지하철은 때 아닌 '공사중'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누군가의 장난으로, 노출된 전선이라도 절단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대구 지하철 참사로 안전불감증에 경각심을 일으켰음에도 아직 지하철은 위험천만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