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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순간 17일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찬성 84, 반대 22, 기권 62로 통과됐다.
통과 순간 17일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찬성 84, 반대 22, 기권 62로 통과됐다. ⓒ 연합뉴스 김계환

유엔 총회가 11월 17일 사상 최초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84표, 반대 22표, 기권 62표였다. 한국 정부는 기권한 후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여타 주요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사유를 밝혔다.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북한 정부 대표단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미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북한 인권문제는 이번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반북성향의 NGO들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맞서 북한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더욱 움츠려들 것으로 우려된다.

왜 '외부적 요인'에는 침묵하는가?

북한에 여러가지 심각한 인권문제가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북한의 내부적 요인 못지 않게 남북한의 분단 상황,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한반도 교차 승인의 미완성 등 외부적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은 몇가지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우선, 유엔 총회는 북한이 2005년 유엔인권위 결의안의 내용, 특히 "유엔 특별보고관의 임무를 인정하지 않고 특별보고관에게 협력도 하지 않는 점"을 결의안 채택의 중요한 사유라고 설명했는데, 정작 당사국인 북한은 유엔인권위의 결의안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유엔은 북한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추진하기보다는 북한과의 기술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인권 대화의 복원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2002년까지 진행되었던 북한과 유럽연합 사이의 인권 대화가 2003년 유엔인권위 결의안 채택 이후 단절되었듯이, 이번 유엔 총회의 결의안 채택은 북한과 유엔 사이의 인권 대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결의안은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기구(NGO) 등 인도적 지원기구의 완전한 접근성과 식량 분배의 감시 활동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 및 NGO 기구에게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철수를 요구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국제기구에게 분배의 투명성을 압박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참고로 북한인권법에서는 미국과 국제기구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 북한 지역에 대한 접근성과 분배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미국 정부는 WFP 등 국제기구에 이러한 압력을 행사해왔다.

WFP는 작년까지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의 분배의 투명성과 접근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WFP는 최근 미국의 압력을 받아 북한에게 접근성과 투명성의 보장을 요구했고, 북한이 여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끝으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원인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일방적 권고를 담는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악화된 외부적 요인을 외면함으로써,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해소, 그리고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등 인권 개선을 가능케 하는 외부적 환경 조성에 대한 일체의 언급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는 유엔이 회원국의 인권 개선을 위해 평화권과 발전권을 강조했던 과거의 모습보다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은 평화정착과 경제개발이 인권 보호 및 증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고 1980년대 총회 결의안을 채택했었다. 그러나 정작 이번 결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담겨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 기존의 입장 전면 재검토해야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선의와 진정성을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이 미국 등 강대국의 정치적 의도와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균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유엔인권위 결의안과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은 '유엔이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대북인권정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

이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남북관계의 현실과 다른 사안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입장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갈수록 한국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기존 원칙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기존 4원칙은 인권은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른 특수성 인정, 평화번영정책을 통한 긴장 완화에 따른 북한 인권 점진적 실질적 개선 도모, 남북관계에 미치는 악영향 최소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한반도의 특수성과 '선(先) 평화, 후(後) 인권'을 강조하는 것으로써 상당히 방어적인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 원칙은 다음과 같이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인권 문제의 병행 개선 추구, 고립과 압박을 통한 접근 반대 및 주권을 존중하는 맥락에서 접근, 북한 주민 생존권의 최우선적인 고려 및 인도적 지원 및 개발원조 확대, 북한의 평화권 및 발전권 회복 노력, 남북한 인권 대화의 추진 등이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로 정부는 대북화해협력정책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해온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늘어난 대북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최악의 식량난을 완화하는데 기여했고, 2000년부터 2005년 10월 현재 11차례에 걸쳐 실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헤어진 가족 1만885명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또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 5694명 가운데 90% 이상이 대북화해협력정책이 본격화된 1999년 이후의 입국자들이다.

아울러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것도 북·일관계의 개선과 궤를 함께 한다.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북화해협력정책이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도 다른 정책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은 관계개선의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인권문제 제기는 상대방의 반발을 야기하면서 적대관계의 청산을 어렵게 하고 인권문제 개선에도 장애가 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 역시 북한의 평화권 및 발전권에 대한 제약을 해소하는 등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평화네트워크와 오마이뉴스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강좌 프로그램과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peacekorea.org)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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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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