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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 풀빛
숲 속에서 잠자는 공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유리관에 누운 백설공주, 높은 탑에 갇혀버린 오데뜨 공주….

이 공주들을 구하는 이는 모두 왕자들이다. 또 재투성이의 신데렐라를 하루아침에 아름다운 성에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드는 이도 왕자이다.

이처럼 여성인 공주를 구하는 것은 남성인 왕자의 몫이다. 어디 그뿐인가? 새 엄마의 갖은 모략에 시련을 겪는 콩쥐에게 새로운 생활을 안겨다 주는 것도 그 고을의 원님이다.

이 동화의 공통점은 여성은 나약한 존재이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그 손길이 와 닿을 때까지는 인내하며 온갖 시련을 묵묵히 감내한다는 것. 반대로 여성인 공주가 왕자를 구한다는 전래동화나 세계명작동화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 이 책,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마르틴 아우어 글. 악셀 셰플러 그림, 출판사 풀빛)는 그 반대의 설정이다.

어느 날 공원에서 고집 센 소녀 리제는 에블린 아주머니를 만났다. 입기 싫다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는 에블린 아주머니에게 리제는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화를 내고 만다.

화를 낼 때 얼굴이 붉어지는 건 리제만의 특징. 그러자 에블린 아주머니는 "그렇게 화를 잘 내는 아이는 독수리가 데려간다" 고 말해 버린다. 하지만 리제는 독수리에게 호락호락 당할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저마다의 고유성격을 존중할 것을 일깨워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삽화(악셀 셰플러 그림)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삽화(악셀 셰플러 그림) ⓒ 풀빛
아주머니가 혼자 집으로 가버린 후, 리제는 진짜 자신을 데려가려고 온 독수리를 잡아타고 왕국으로 가 공주가 된다. 얌전한 공주가 되길 원하는 왕과 왕비의 바람과는 달리 리제는 해적들과 도둑들을 멋지게 소탕한다.

또 용에게 잡혀간 겁 많은 왕자 아우구스트를 구하러 산꼭대기로 향한다. 아우구스트는 리제와 반대로 얌전한 성향의 남자아이.

리제가 아우구스트를 구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서로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이 있음을, 그것을 존중해야 함을 느꼈다. 정말 이 책은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여자라고 해서 얌전하고 예뻐야만 한다는 것, 남자라고 해서 씩씩하고 용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릇 자신의 뜻하는 바를 향해 자신의 걸음걸이로, 자신의 성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것!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는 부모에게는 자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키우기를, 아이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를 알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과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

마르틴 아우어 지음, 악셀 셰플러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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