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30분 정도로 짧게 끝났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일본 국민에게 전하고 싶다"며 몇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했다.
'강성' 노 대통령 "선의적으로 해석하려 해도 우리 국민이..."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개인의 배상 청구는 별개로 하더라도 국가 대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솔직한 의견에 감사하다"고 밝힌 뒤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겠다는 의미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을 선의적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서 얘기한 세 가지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세 가지'란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문제로, 이에 대한 일본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강성 발언'과 관련, 정상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에 나선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계속 해왔던 얘기"라며 "여기에서 노 대통령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역사교육문제, 독도문제 세가지가 대단히 중요한 주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보좌관은 '더 이상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일본이 자꾸 (과거사에 대해)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왜 짧게 끝났나? 청와대 "원래 20분, 이번은 본격회담 아니다"
정 외교보좌관은 정상회담이 예상밖으로 짧게 끝난 점과 관련 "원래는 20분 예정돼 있었는데 10분 정도 길어졌다"며 "노 대통령이 만찬을 주재해야 하기 때문에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났다"고 해명했다.
정 보좌관은 "(이번 회담이) APEC 정상회의 하는 기회에 하는 간담한 면담이지 본격적인 회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양국 정상 사이에 불편한 대화가 오가자 회담을 빨리 매듭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양국 정상은 회담 초기 북핵문제와 관련 "한일간 협력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지속적으로 힘을 합쳐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북일수교보다는 일본인 납치와 북핵문제가 일본에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12월 한·일 정상간 셔틀회담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정우성 보좌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