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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벗어나 공주의 산골 마을로 들어온 송성영 기자.
도시를 벗어나 공주의 산골 마을로 들어온 송성영 기자. ⓒ 심은식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 표지.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 표지. ⓒ 황소걸음
그의 산골 생활은 올해로 벌써 8년째. 재작년에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올렸던 그간의 일화를 묶어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유선을 끊고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방송과는 달리 기사를 올릴 때마다 바로바로 반응이 오니까 흥미가 더 있었지요. 책은 기사를 10꼭지쯤 올렸을 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준비하게 되었던 거고요."

지금도 기사를 올릴 때마다 부인의 사전 검열을 통해 자기 과시나 가르치려는 태도를 수정한다는 송성영 기자. 그가 전하는 따뜻하고 흥겨운 소식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보았다.

기르던 닭 잡고 한 달 동안 앓기도

'우리 결혼 사진 찍는 거야?'라며 수줍게 웃는 송성영씨 부부.
'우리 결혼 사진 찍는 거야?'라며 수줍게 웃는 송성영씨 부부. ⓒ 심은식
"글쓰기, 방송, 광고. 이렇게 한꺼번에 세 가지 일을 하면서 살았는데 그게 살아도 사는 거 같지가 않더라고요. 우편함으로 날아오는 건 고지서밖에 없고 말이죠. 그러다 큰애가 태어났는데 자꾸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어요. 나중에는 베란다를 통해 일부러 물건을 떨어뜨리고 주우러 가자고 하며 나갈 정도였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조차도 닭장 같은 아파트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감행한 시골 생활은 어땠을까? 그는 당연히 힘들었다고 순순히 자백(?)했다.

"아, 처음에는 집사람이랑 다투기도 많이 했죠. 그 사람 역시 전원 생활을 동경했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와 보니 만만치가 않았던 거죠. 애들은 애들대로 처음에는 아무래도 춥다 보니까 기침도 자주하고 그랬죠."

그 역시도 어려움이 있던 것은 마찬가지. 수염을 기르고 체격도 좋아 터프한 산적 두목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마음의 결이 곱고 여린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기르던 닭을 잡고 한 달 동안 앓기도 했다고.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

하지만 외양간을 고쳐 화실을 만들고 낡았던 집을 손보는 동안 부인 정해정씨도, 아이들도 차츰 시골의 감상적이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세탁기보다 개울로 빨래 방망이를 들고 나가길 좋아하고 아이들도 TV 시청보다 가족들과 수다 떨기를 더 즐거워하게 되었다. 비우고 덜어낸 자리에 순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이치가 맞는지 얼마 전에는 집 뒤의 땅주인이 농사를 지어 보라며 선뜻 땅 400평을 빌려 주기도 했다.

창고 앞에서 활짝 웃는 송성영 기자 부부. 문의 꽃은 그림을 그리는 정해정씨의 솜씨다.
창고 앞에서 활짝 웃는 송성영 기자 부부. 문의 꽃은 그림을 그리는 정해정씨의 솜씨다. ⓒ 심은식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웠을 때 다시 그를 채운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자갈밭을 일구면서 건강을, 써야만 하는 글 대신 자유로운 글쓰기를, 풍족함 대신 검소함을, 사회적 인정보다는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풍족함에 길들여지면 계속 더 원하게 돼요. 오히려 비우면 그 빈자리만큼 다시 채워지게 되고요."

집 뒤의 추수가 끝난 텃밭을 지나다가 떨어진 콩깍지에서 콩 몇 알을 소중히 갈무리하는 그를 보면서 이런 게 사람다운 거로구나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가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전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콩을 줍는 송성영 기자의 손. 그의 손끝에서 나온 산골생활 이야기가 따스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콩을 줍는 송성영 기자의 손. 그의 손끝에서 나온 산골생활 이야기가 따스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 심은식

송성영 기자에 대하여

ⓒ심은식

1960년 대전에서 태어난 송성영은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도(道)를 공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산 생활을 하기도 하고 잡지사 일을 하기도 했다. 돈 버느라 행복할 시간이 없던 그는 덜 벌고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에 고단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생활을 전혀 모르는 아내와 갓난쟁이 아이 둘과 함께 계룡산 갑사 부근의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널찍한 마당이 있는 빈 농가를 200만 원에 구입해서 시골에서 생활한 지 올해로 8년째. 두 아들 인효와 인상이는 대나무 숲에서 아빠에게 경당도 배우고, 개울에서 가재를 잡고, 마당에 그림을 그리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외양간을 개조한 화실에서 그림도 그리고 시골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송성영은 텃밭을 일구며 틈틈이 다큐멘터리 방송 원고를 쓰며 생활하고 있다.

-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저자 소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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