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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의 일대기가 영화화된다.
로버트 김의 일대기가 영화화된다. ⓒ 김범태
지난 96년 미 해군정보국(ONI) 근무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이었던 백동일씨에게 한국 관련 국방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FBI에 체포되어 9년여 간 영어의 몸이 되어야 했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씨의 일대기가 영화화될 전망이다.

전 로버트 김 후원회장 이웅진씨는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S사, C사 등 국내 유력 영화사 두세 곳에서 로버트 김 선생님의 인생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곧 스토리와 시나리오 구성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영화 제작을 위한 사전접촉 단계로 '로버트 김 사건'을 다룰 것인지, 그의 질곡어린 인생을 다룰 것인지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사 관계자들도 20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열린 로버트 김 자서전 <집으로 돌아오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반응과 강연회 분위기를 파악하는 등 물밑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로버트 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영화화 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씨를 비롯한 한국의 지인들에게 영화 제작에 따른 일체의 과정을 일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력 부재에 시달리는 조국의 형편을 애처롭게 여겨 군사기밀을 제공하다 옥고를 치러야 했던 로버트 김씨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지 주목된다.

로버트 김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 후원금 쾌척...수감 당시에는 北 어린이식량지원도

▲ 한 젊은이에게 사인을 해주는 로버트 김씨.
ⓒ김범태
한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김씨가 지난 17일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교장 박상영)'를 방문하고 나오는 자리에서 방송출연료로 받은 120만원을 학교 측에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다른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박상영 교장은 "이날 방문에서 학교 운영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한 로버트 김씨가 현재 정부 지원 등이 없음을 알게 된 후 선뜻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 같은 지원금을 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로버트 김씨는 특히 자신의 선행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듯 취재기자들이 모두 돌아간 후 차를 멈추고 혼자 조용히 학교로 되돌아와 "학교 운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은 금액을 기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김씨와 일행은 당초 30분 예정이었던 이날 학교 방문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머물며 탈북청소년들과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힘들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인생을 올바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강연했다.

김씨와 학생들은 특히 '감옥'과 '수감생활'에 대한 부분에서 공통분모를 이뤄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탈북과정에서 수감생활을 겪어야 했던 학생들이 중국과 미국의 감옥의 차이점에 궁금증을 나타내며 호기심어린 질문을 이어갔던 것.

로버트 김씨는 수감 당시에도 형무소 치과의 잡역부로 일하며 받는 월 10달러의 급여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식량을 지원해주는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등 교도소에서 받은 급료를 북한 어린이 돕기에 사용한 바 있다.

로버트 김씨가 이날 셋넷학교를 방문하게 된 것은 동생인 김성곤(열린우리당) 의원이 이 학교 박상영 교장과 과거 청소년사업을 함께 펼치면서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다.

박 교장은 로버트 김씨에게 "자기 소신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하신 선생님의 행동에 존경을 표한다"며 "그러한 인생의 길이 어렵게 살아가는 이곳의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20일 교보문고 출판기념회를 끝으로 모든 공식일정을 마무리 짓고 휴식에 들어간 로버트 김씨 부부는 2주간의 고국방문을 마치고 오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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