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황현 선생의 우국충정을 기리고 그 분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는 매천백일장은 이 고장 구례에서는 으뜸가는 문학행사여서 글 솜씨를 지닌 초중고 학생들이 매년 자웅을 겨루게 됩니다. 국어 쓰기 시간에 열심히 글쓰기 공부를 한 실력, 일기 쓰기로 달군 솜씨, 좋은 책을 읽어서 마음 밭에 뿌려놓은 알곡들을 챙겨서 글밭을 자랑하는 그 시간은 참으로 좋은 기회가 됩니다.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살아있는 글을 쓰는 동기가 됩니다. 2시간 동안 한 편의 글 속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글쓰기 행사도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매우 교육적인 활동이 됩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으면 많은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출간되는 기쁨까지 얻고 상장과 상금을 타서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 행복하게 보입니다. 2학년이지만 글 솜씨가 보통 수준을 능가하는 우리 반 나라도 처음 참가해서 언니들처럼 상을 탔습니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과 자신감으로 충만되는 수상의 영광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남아 아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감을 키우는 일입니다. 할 수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상을 주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 자부심은 실패와 실수를 덮을 수 있는 좋은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매천 선생이 '글을 아는 것이 힘들다'하신 그 깊은 뜻을 새겨서 이 고장의 든든한 기둥으로 거듭나는 문장가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매천 황현 선생의 정신이 더욱 또렷이 다가오는 요즈음, 자기 혼자만 살찌우는 지식과 학문이 아닌 두루 살필 줄 아는 지식인의 책임을 다 하는 매천 선생님의 후예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세계 굴지의 교육열의 나라, 우수한 인재들이 넘치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높이보다 지혜의 언덕이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운 요즈음. 앎의 깊이만큼 지식의 넓이만큼 지혜로운 인생의 스승들이 귀한 현실을 생각합니다. 교육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목소리만큼 교육에 대한 배려도 따라주기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곧 아이들을 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아, 부디 이 고장의 선비, 조선의 마지막 선비셨던 매천 황현 선생님처럼 글을 배우는 자의 무거운 어깨까지도 사랑할 각오로 좋은 책과 좋은 글을 가까이 하렴.'
덧붙이는 글 | 매천 백일장에서 솜씨를 자랑한 산골 분교의 기쁨을 전합니다. 11월이 다 가기 전에 매천 선생의 고귀한 뜻을 새기는 대열에 동참하여 배운 숙연함까지 아이들이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교닷컴> <웹진에세이>에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