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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표지
<국민의 힘> 표지 ⓒ 상상미디어
잘 모르는 분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그가 쓴 소설 <국민의 힘>은 '국민의 힘'이라는 가상의 비밀 단체에 대한 얘기다. 그들이 공공의 적을 상대로 응징한다는 내용으로, 연재 당시 김홍신의 <인간시장>에 견주어지기도 했다.

평일 오전 대전에서 만난 그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의 남자였다. 수줍고 여린 눈이 인상적이었다. 찻집에 앉아 그에게 안부를 건넨 뒤 그동안 어떻게 지냈지를 물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좀 쉬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좀 있었고요."

그에게 발길이 뜸했던 이유를 좀 더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만들어진 다음으로 미루고 먼저 책에 대한 질문을 했다. 왜 비밀 결사인가와 혹시 이런 설정이 어떤 특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우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영웅 한 명이 아니라 국민적 참여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또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국가가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 이 소설은 말 그대로 '픽션'일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해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글을 통해 국민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좀 더 느끼고 조직적으로 개혁을 요구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최근에는 정치, 사회적 환경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계급문제는 더 심화되었죠.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 대학의 운동권조차도 그다지 지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영 기자의 손 - 그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래 발길을 끊었던 것일까?
김영 기자의 손 - 그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래 발길을 끊었던 것일까? ⓒ 심은식
공공의 적은 누구인가

그에게 처음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 사연을 물어보았다.

"오마이뉴스를 보다가 문학 관련 사이트는 아니지만 내가 쓴 소설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식과 성향 사이에서 조금 고민했지만 올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올린다는 자체보다 글 자체의 공개에 더 고민을 많이 했죠. 우선 '공공의 적'의 범위가 생각 외로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했고 한때 같은 이상을 가진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이런 통속 소설의 형식이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선 그의 대답 중 현재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에 대해 물었다.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조직폭력, 부패한 재벌과 정치인 등이 있겠죠. 또 굳이 공공의 적이라기보다는 언론인이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정치적 장으로 유입되는 것도 우려가 됩니다. 언론을 견제할 대상이 없다는 것도 그렇고요."

오마이뉴스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인터넷 매체로서의 한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초기의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의 글을 위해 없던 사진도 찾아 쓰는 등 노력을 했지만 최근에는 기사 내용이나 형식이 기존 언론의 형태로 변해가는 듯해서 아쉽다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했다.

"외국의 유수 언론이 판매 부수가 많아서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하기보다는 작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어려운 문제겠지만 고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숨어 있는 자로서의 글쓰기

그의 글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묻자 그는 아내 외에는 자신이 글을 쓰는 것도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영'이라는 이름은 필명이고 인터뷰에서 얼굴이나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왜 숨어 있는 자로서 글을 썼던 것일까?

"이전에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 친구들, 선생님들에 대한 미안함 죄송함을 느낍니다. 제가 쓴 글이 우리가 같이 가졌던 이상과 가치에 누를 끼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얘기 도중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이미 활짝 폈던 그의 손을 찍었지만 나는 그에게 부탁해 주먹을 쥔 손을 다시 찍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영 기자의 주먹.
김영 기자의 주먹. ⓒ 심은식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문해보았다. 세계는 변했는가? 변화를 위해 노력한 자들은 행복해졌는가?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그의 말이 서늘하게,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김영 기자에 대하여



1962년 경남에서 태어나,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다. 현재 대전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삶과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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