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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빼빼로데이에 그녀가 가져온 선물입니다.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빼빼로데이에 그녀가 가져온 선물입니다. ⓒ 이명숙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4월입니다. 그녀의 고단한 삶은 아버지의 사업부도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도, 이해도, 돈 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끝내 부모님은 서류상 이혼을 하게 되었고, 남은 것은 어머니의 망가진 몸과 누더기뿐인 가난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몸은 고장난 수도꼭지 같았습니다. 철 흡수가 되지 않아 철이 굳어가는 병 등 병명도 생소한 갖가지 질병들이 끊임없이 어머니를 괴롭혔습니다. 물질적인 빈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몸에게 계속 신호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녀는 한시도 어머니 곁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꿈조차 꿀 수 없던 날들이 삼 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로 불행한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뿐이었습니다.

수료자의 소개로 성취프로그램에 참가를 하게 된 첫 날, 그녀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습니다. 묻는 말에만 겨우 답변을 할 뿐,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스물두 살, 하루에 열두 번도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에, 그녀 안에 들어 있는 아픔이 무엇이기에 저리도 숨죽이며 있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프로그램이 끝나고, 자활촉진사업 담당자에게 연계를 했습니다. 그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일반수급자였습니다.

자활촉진사업은 매일 저희 고용안정센터로 출근을 해서 자신의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업으로 일당이 주어집니다. 그녀는 삼일 밤을 끙끙대며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네 차례에 걸쳐 교정받은 후,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이 예정되어 있으면 반드시 저희들에게 들러 다시 한번 면접클리닉을 받고 갔습니다. 몇 차례 실패를 했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나타났고, 걱정을 하는 우리를 도리어 안심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날마다 자신의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기를 수차례 마침내 자그마한 회사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언니가 잘 해 준다는 연락을 받은 후, 우리는 안심을 했습니다. 이제 그녀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겠구나 여겼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불쑥 그녀가 찾아왔습니다.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니까 일은 편하고 좋은데, 적은 월급에 교통비 제하고 밥값 제하고 나면 남은 돈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사무직보다 일은 힘들더라도 일한 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생산직을 원했습니다.

마침, 대기업인 모회사에서 생산직사원을 모집하다는 구인광고가 났습니다. 저희 고용안정센터에서 서류접수대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임금은 물론 복지시설도 좋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다행히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가기 전 최종 점검을 했습니다. 그녀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면접노하우를 발휘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지금 그녀는 3교대 근무를 합니다. 낮(day)근무는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swing)근무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밤(night)근무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입니다. 낮 근무 때는 잠을 덜 자도 피곤하지 않지만 밤 근무 때는 잠을 더 자도 피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몸은 고단해도 일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회사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집에만 있을 때는 눈을 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눈을 감고 있으면 캄캄하고 보이지 않으니까 더듬거려야 되고, 두렵고, 무서웠는데, 이곳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대기업에 취업을 하니까 집안분위기도 좋아지고, 무엇보다도 꿈을 꿀 수 있어서 좋아요. 일이 익숙해지면 못 다한 공부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목표가 생겼어요."

유독 목표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습니다.

"어떤 목표인데요?"
호기심에 물었습니다.

"음, 5년 동안 1억을 모으는 거예요."
마치 1억이 손 안에 있는 듯 그녀는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고용안정센터 덕분에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고용안정센터를 알게 된 이후 감고 있던 눈을 뜨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에 대해 알려준 여러 선생님들이 고마워 자그마한 선물이지만 전해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타인의 삶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양 어깨가 두 배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쉴 수 있는 직업이 아닌 3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꿈을 꿀 수 있는 그녀. 모자라는 잠을 쪼개가며 빼빼로데이라고 빼빼로 하나를 사들고 찾아온 그녀, 민들레를 닮은 그녀가 못 다한 공부도, 5년 동안 1억 원을 모으는 목표도 꼭 달성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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