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수일(63·호남대총장) 전 국정원 2차장의 장례식이 23일 총장으로 재임했던 호남대학교(이사장 박기인) 학교장으로 치러졌다.
이 전 차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유가족, 호남대 관계자, 정·관계 인사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남대 4호관 강당에서 엄수됐다. 부인 박정란(58)씨 등 유가족들은 영결식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혔다.
이균범(동신대학교 총장)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영결사를 통해 "평소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인 당신께서 스스로 목숨을 놓는 극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이 세태가 원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황오연 호남대 인문대학 학장은 조사를 통해 "그렇게도 힘들었습니까, 그렇게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셨습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총장님의 죽음을 두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무리들이 날뛸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을 경계했다. 학생을 대표해 조사에 나선 조열매 총여학생회장은 "총장님은 8천 학우의 아버지였다"고 소회했다.
동생 이수문씨, 유족 인사말 통해 정치권의 '정략적 이용' 경계
영결식에서 유족들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정돼 관심을 끌었던 유족 인사말은 이 전 차장의 바로 아랫 동생인 이수문(58)씨가 맡았다.
이 전 차장의 빈소를 찾은 인사들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말로 시작된 이씨의 인사말은 정치권을 향한 당부로 끝을 맺었다. 이씨는 "인산 고 이수일 총장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지 사흘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아직도 왜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생겼났는지 그저 한없는 슬픔과 하늘이 무너진듯한 비통함에 쌓여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총장은 30여년의 세월을 국가와 국민의 충복으로 봉사해왔다"며 "눈, 비를 마다않고 국가의 부름에 따랐으며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보다는 공인으로서의 원칙과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합리한 관행 속에서도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공인의 모습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사람이었다"며 "그랬던 그가 공인의 길을 이렇게 한스럽게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유족들은 이런 불행한 일이 어떤 정치적인 흥정이나 시비거리로 거론되어 고임의 명예가 더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유족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차장의 운구차 행렬은 이날 오전 11시30분경에 호남대학교 교정을 떠났다. 이날 학생과 교직원 1500여명은 영결식장에서 교문까지 300여m 거리를 양편을 나눠 이 전 차장의 운구차를 배웅했다.
이 전 차장의 장지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