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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순검>의 조기종영은 마니아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별순검>의 조기종영은 마니아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MBC
가을 개편 이후 총체적인 시청률 부진과 잇단 방송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MBC가 이번에는 일부 드라마의 조기종영과 관련하여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만든 드라마들이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조기종영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MBC는 가을 개편 이후 겨우 방영 1~2개월 만에 일일극 <맨발의 청춘>, 추리사극 <별순검> 등을 조기종영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사실 이 두 작품의 조기종영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굳세어라 금순아>의 후속작으로 제작된 <맨발의 청춘>은 현재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오가며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라이벌인 KBS 일일극 <별난남자 별난여자>가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두 작품 모두 스타 캐스팅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신인급 연기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정애연과 강경준 등을 앞세운 <맨발의 청춘>이 초반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과 독창성이 부족한 캐릭터로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것과 달리, <별난남자 별난여자>는 최근 주가가 급상승중인 김아중의 매력과 함께,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의 구조 위에 트렌디 드라마의 발랄한 색깔을 덧입히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MBC는 벌써 <맨발의 청춘> 후속으로 내년 1월부터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가제)를 내정하고, 주인공으로 가수 홍경민과 여배우 이청아를 캐스팅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 조기종영은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멜로나 사극, 가족형 드라마에 편중되어있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 '추리사극'이라는 실험적인 장르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별순검>역시 방영 한 달 만에 조기종영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맨발의 청춘>과 달리, <별순검>은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마니아 팬들을 확보하는 등, 작품의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MBC의 근시안적인 드라마 운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맨발의 청춘>, 부실한 기획력과 제작풍토에 대한 반성없이 MBC는 최악의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맨발의 청춘>, 부실한 기획력과 제작풍토에 대한 반성없이 MBC는 최악의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 MBC
지난 추석 시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편성되어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검증받았던 <별순검>은 '조선시대에도 과학수사가 존재했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외화 시리즈 < CSI >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구성과 실험적인 전개로 뻔한 드라마들에 식상해있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버라이티쇼나 예능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는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어 <별순검>은 태생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종래 주간 단막극을 주말이나 평일 심야에 편성하던 관례와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실험적인 장르로 대중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연 배우들의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처럼 최근에 불고 있는 조기종영 논란은 본질적으로 MBC의 빈약한 기획력과 조악한 제작풍토에서 원인을 찾아야한다. MBC는 가을개편의 실패 이후로 최근 잇달아 악수를 두고 있다. MBC는 시청률 회복을 목표로, 대대적인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강화를 천명했지만 관습적인 프로그램의 재탕과 함께 실험성의 퇴보, 상업성의 강화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조기종영과 변칙 편성 같은 근시안적인 대응으로 인하여 후속작의 촉박한 제작 일정을 부추겨서 다시 완성도 떨어지는 작품들이 계속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일일극-트렌디 드라마에 관련된 사전 제작풍토나, 주간 단막극의 '시즌제' 운영 기획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탓에, 시청률에서 조금만 부진한 기색을 띠어도 조기종영이라는 철퇴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드라마의 완성도와 대중성에 관한 충분한 사전검증, 기획-편성 단계에서의 충분한 피드백과 사전 조율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MBC는 자체 방송국의 총체적인 부진을 몇몇 프로그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체 기획력의 한계를 자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때 애국가 시청률에 도전하던 <가을소나기> 같은 작품은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끝까지 방영을 완수했던 것과 비교할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새롭고 참신한 드라마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거스른 채, 관습적인 드라마를 재탕하는 것은, 낮은 시청률에도 MBC 드라마 특유의 실험정신에 지지를 보내던 소수의 시청자마저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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