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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의 사건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2004년 4월 '용모에 의한 차별행위'라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규정의 개선을 권고하였다. 문신의 위치·형태 및 노출 여부에 관계없이 문신 있는 자에 대해 불합격처리하도록 한 현행 제도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결정, 경찰청장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권고 불수용 의견을 밝혔다. 경찰업무의 특수성, 문신자의 특성에 관한 연구결과, 문신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정서 등을 감안, 국가 공권력의 신뢰를 유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찰 채용시 문신제한 유지를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은 경찰에 대해 "자신의 안전을 맡겨도 되겠다"라는 신뢰할 수 있는 경찰상을 기대하므로, 경찰관은 신체·용모에 있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문신은 의료행위로 자격을 갖춘 전문 의료인에게 시술하여야 하나 대부분 문신이 불법 의료행위로 이루어지는 사정을 감안할 때, 불법적 문신을 새긴 경찰관이 불법 행위인 문신 시술을 단속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그리고 문신자의 과거 비행행위와 현재의 공격성향, 향후 불법적 방식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사유로 들었다.

문신, 국가인권위 차별행위 … 경찰 권고 불수용

그러나 문신은 이미 일반인들 가까이에 있다. 온라인에서 이미 100명이 넘는 문신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문신 인구도 꾸준히 늘어 신체 어느 한 부위에 문신을 한 사람이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싸이월드(cyworld.com)에는 100여 개의 문신 관련 미니홈피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홍익대 부근 타투이스트 문신 예술가 정수화(남·31)씨의 스튜디오에서는 "윙" 하는 굉음과 함께 대학생 최복승(남·25)씨가 침상에 엎드려 어깨 부위에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최씨의 어깨에는 정씨가 세심하게 도안을 뜬 메두사 문양이 이미 그려져 있었다. 정씨는 한땀 한땀 정성스레 먹물을 입히는 한편 바늘에 찔린 상흔만큼 마디마디 맺히는 핏방울을 닦아 냈다. 혼신의 힘을 다하려는 듯 정씨가 미세한 신경 하나하나까지 낱낱이 곧추세워 문신에 집중하는 터라,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이따금 주먹을 꽉 쥘 뿐 묵묵히 아픔을 참고 엎드려 있는 최씨에게 먼저 물었다.

"마취를 안 해 아프지 않나요?"
"조금 아프지만 참아야지요."
"아픔을 참아가면서까지 문신을 왜 하는 거예요?"
"멋있잖아요."

문신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패션이나 액세서리의 개념으로 인식되며 일종의 '타투신드롬'을 일으킨 게 벌써 2년 전이다. 최씨가 문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의식의 작용 없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좇아 겉멋이 든 건 아닌가 싶어 물었다.

"누구에게 멋있다는 거지요?"

질문이 언뜻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최씨가 반문을 했다.

"누구요? 내 스스로 멋있잖아요.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몸이 아닌데, 눈코입처럼 평생 가는 신체의 일부분을 내 손으로 선택해 영구적으로 가진다는 게."
"아직도 세간에는 조직폭력배들이나 문신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어 부정적인데, 다른 이의 눈이 의식되진 않나요?"
"왜 남들 눈을 의식하지요? 왜 남들이 왈가왈부하는 거지요? 문신이 무슨 죄짓는 건가요? 조폭처럼 과시하고 으스대겠다는 것도 아니고, 흉물스럽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내 몸을 멋있게 장식하겠다는 건데요. 자기 몸에 대한 개성 아닌가요?"

"두렵진 않나요? 몸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항구적 문신이 새겨진다는 것이?"
"그러니까 의미가 있는 거죠. 처음엔 문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죽을 때까지 가져간다는 그 영원성에 매력이 있는 거 아닌가요?"
"혹시 자신의 일탈적 정체성을 드러냄으로써 자기만족을 느끼거나 심리적 불안감을 지워 주는 장치는 아닌가요?"
"기성의 윤리만 강요하고 동일시하려는 힘에 대한 불만의 토로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과시욕이나 피학적 욕망으로 문신을 하지는 않아요."

지난 2003년 6월 문신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이용한 청년이 검거되었던 사건도 있어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병역을 피하기 위해 하는 건 아닌가요?"

물음에 최씨가 정색을 하고 반박했다.

"지금은 병역법이 바뀌어서 문신 있어도 전신에 걸쳐 혐오스럽지만 않으면 현역병으로 군대 가요."

정씨가 펜을 들고 잠시 도안을 수정하는 사이 정씨에게도 물었다.

"어떤 사람들이 문신을 하나요?"
"뭐 딱히 어떤 사람들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조직폭력배들이나 문신을 하는 걸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연예인, 대학생, 문화예술인, 평범한 직장인 할 것 없이 남자, 여자 모두들 해요. 문신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문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거든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스스로의 신조와 의지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기도 하고요."

문신을 시작하고 다섯 시간 뒤, 최씨의 메두사 문신이 완성되었다. 작업을 마친 정씨는 소독약과 바셀린으로 소독을 끝낸 뒤 '작품'을 랩으로 쌌다. 그리고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 주었다. 최씨는 전신 거울로 문신을 비춰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문신, 금지된 순간부터 일탈의 표상

문신은 말 그대로 몸에다 글씨나 그림, 무늬 등을 새겨 넣는 행위를 말한다.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 물감을 넣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리기만 하는 보디페인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기능이 아닌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형문신과도 변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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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명암의 차이를 극대화한 '블랙앤그레이', 파란색과 주황색 등 보색의 대비를 극대화한 '뉴스쿨',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하는 '올드스쿨'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문신 전문가 스티브 길버트의 <문신, 금지된 패션의 역사>에 의하면 세계 모든 지역, 모든 역사 속에 문신이 있다. 주로 주술이나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지만, 성인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이기도 했고, 그리스 로마에선 노예나 범죄인의 징표였으며, 러시아의 시베리아나 북아메리카에서는 침술과 같은 치료의 목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유대 기독교가 뿌리내리면서부터는 '악마의 상징'으로 배척하며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삼한시대에 문신의 풍습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문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을까.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문화센터에서 만난 이희재(52·만화가)씨는 우리 사회의 문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문신' 하면 조직폭력배의 이미지가 성립된 것은 일본 야쿠자 때문이지요. 야쿠자들은 용기와 의리의 증거로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어요. 18세기 중반 일본에 소개된 '수호지'에서 무법적 영웅들이 용, 호랑이, 꽃 문신으로 온몸을 장식했다는 것에 자극을 받아서였지요. 조폭을 검거하면 조폭들 웃통을 벗겨 그들의 몸 전신에 새겨진 '징그러운' 문신들을 전리품처럼 매스컴에 공개하는데, 그 영향도 컸어요. 그걸 보고 보통의 사람들은 진저리치게 마련이거든요. 나부터도 문신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을 적엔 '몸이 도화지냐'며 비아냥댔으니까요."

<문신의 역사>를 쓴 조현설(44·서울대 국문과 교수)씨에게 문신이 주로 범죄조직 구성원이나 헤비메탈을 하는 전위 음악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까닭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문신은 금지의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질서 있는 사회에 저항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일탈자의 표상이 되기 때문이지요."

근래에는 개성 표현의 일환으로 문신을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보디 페인팅은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으며, 문신한 스포츠 스타, 연예인이 문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패션 문신이 빠르게 퍼지면서 문신의 사회적 상징도 점차 변화하는 추세다. 이제 문신은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는 공감을 얻고 있다. 치기 어린 장난이기는커녕 규격화된 몸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물론 일반인까지 문신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골인을 자축하기 위해 웃통을 벗어젖힌 축구선수 안정환씨의 문신은 사랑의 징표로 여겨진다. 종로나 신촌, 강남의 거리에는 문신 스티커나 헤나 문신 문양을 판매하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해수욕장에서는 '문신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고 예술적인 문신을 새기기 위해 타투이스트를 찾고 있다.

문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국내 최고 타투이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김건원(31)씨를 만난 건 젊은이들로 붐비는 신촌에서였다. 영화 <조폭마누라>에서 주인공 신은경의 몸에 용 문신을 새기는 등 여러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그녀는 이미 권위 있는 예술가 대접을 받고 있다.

"문신은 개인적 예술입니다. 타투이스트는 한 개인의 인생에 소중한 작품을 부여하는 예술가이지요. 그래서 의뢰인도 고통을 느끼며 창조에 동참하는 거고요. 이미 외국에는 직업적 타투이스트가 존재하고, 매년 국제 규모의 회의가 열리고 있어요. 현대사회에서 문신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성을 발휘하고 존엄과 독립성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건강한 방식이에요."

그러나 국내에서 문신은 아직 공식적으로 '불법행위'이다. 대법원이 1992년 여성의 눈썹미용 문신 판례에 따라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라고 규정했고, 보건복지부도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만이 문신을 할 수 있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문신은 단속을 피해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문신은 문화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문화 예술인을 중심으로 문신 합법화와 법제화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문신은 문화예술로 인식돼야 하며 문화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김건원씨가 문신 시술을 해 준 사람이 병역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그도 연루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되었는데, 병역법 관련은 무혐의판정을 받았으나, 불법의료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문신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만화가 박재동, 가수 신해철, 영화배우 방은진, 류승범,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김정란 상지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 논설위원 등 지식인, 문화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타투법제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는 "예술이 주술에서 출발했듯이 문신도 금기의 영역을 드나드는 주술사처럼 이전에는 자신이 손댈 수 없는 영역이던 몸을 개성적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 영역에 초월적 영역을 부여하는 예술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군 뮤지션·타투법제화추진위원회 대표는 "문신뿐만 아니라 염색과 피어싱을 통해 몸이 개인의 표현 양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잖아요. 질 높고 안전한 자기표현을 위해서라도 문신 법제화를 통해 사람을 중시하고 위생 관념과 테크닉의 완성도, 미술적 소양을 갖춘 문신예술가들의 활동 공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문건영 변호사씨는 법제화를 위해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문신 시술이 보건위생상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그 위험성은 극히 미미한 것이고, 단지 그 이유로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반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은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하고 있지요. 이미 타투이스트는 세계적인 전문직업이며, 고부가가치 직종으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문신을 의료법에서 제외해 양지로 끌어낸 뒤, 자격증과 면허제를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되지요."

조성수 <코리아 포커스> 사진영상부 기자는 유럽의 타투숍에서 했다는 팔뚝의 용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은 한눈에 봐도 색감이나 디자인이나 인체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 인체와 아름답게 합일을 이룬 가히 예술문신이라 할만했다.

"개인의 문신 선택 여부를 타인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한국적인 상황입니다. 문신. 시대적 상징이고, 시대적 코드이며, 시대적 트렌드입니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은 그 자신도 기회가 되면 문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의 몸은 예술의 주체이자 대상이고, 문신은 몸의 자유로움을 실천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박재동 만화가는 문신에 대한 억압을, 예전에 만화에 대한 규제 검열과 단속 같은 억압으로 느낀다고 답답해했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서 비롯된 장발단속이나 미니스커트 단속처럼 개인 기본권의 자유에 대한 침해입니다. 자신의 신체로 자신을 표현하겠다는 게 그걸 불법이라 단속하고 억압하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것은 표현의 자유와 신체 자유의 문제이자 선택의 자유일 뿐입니다.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면 되는 거죠. 한다고 뭐라 하고 안 한다고 뭐라 할 게 아니지요. 문화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경찰공무원 채용에서 단지 몸에 문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불합격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이희재 만화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신이 있다고 경찰공무원에 불합격 처리된다는 것은 일종의 신체보안법 같은 것입니다. 평등권의 침해이기도 하고요. 제가 알기로 일본의 경우는 위치와 상관없이 문신을 한 사실만으로 불합격 처리하고 있으나,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의 경우 문신이 제복 착용시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에만 경찰관 채용을 제한하고 있지요.

특히, 미국 LA의 경우 문신이 음란하거나 보기에 흉하다면 문신이 신체의 어느 부분에 있든지 상관없이 경찰관 채용이 되지 않지만, 문신이 음란하지 않거나 옷을 입어도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면 채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몸에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경찰 채용은 문신 여부 아닌 업무적합성 평가가 중요

경찰공무원의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신으로 인해 경찰공무원 임용을 제한하는 것은 용모에 의한 차별과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문신한 사람은 모두 범죄자 내지 공무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용모에 관한 고정된 선입견으로 이를 이유로 경찰공무원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처리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다.

신체검사는 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한 전체 과정 중 1차 단계인데 문신을 지닌 응시자는 제1단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므로, 마지막 단계인 면접시험에서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예의, 봉사성, 정직성, 성실성, 발전 가능성을 평가받을 기회가 박탈된다.

따라서 문신이 음란하거나 숫자가 많거나 경찰제복 착용시 외부로 특별히 눈에 띌 정도이거나 시민 또는 동료 경찰공무원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의 문신의 위치 및 형태, 노출 여부, 문신이 의미하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경찰관 채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