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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불면서 홍콩에도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서늘한 찬 바람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을 추스리게 만든다고 하지만 저에게만은 예외인가 봅니다. 다림질을 마치고 다리미의 코드를 뽑는다는 것이 그만 전기밥솥의 코드까지 다 뽑아 버려서 갓 지은 밥을 모두 고두밥으로 만들었지 뭡니까?
이미 고슬고슬 식어 버린 찬 밥을 다시 데워 봤자 갓 지은 밥의 촉촉함을 찾을 수는 없을 테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손말이 김밥이었습니다. 일식집에 가서 회정식을 주문하면 매운탕을 먹기 직전에 나무통에 꽂아 내오는 그 손말이 김밥말이죠.
사실 재료라고 해 봐야 잘게 썬 야채에 생선알 조금 올린 것이 전부인데도 손에 쥐고 한 입씩 베어 먹다 보면 고소한 김 맛과 상큼한 야채 맛이 잘 어우러져서 입안을 아주 개운하게 해 주는 별미입니다. 어쩌다 이미 배가 찼다며 양보하는 일행이 있어 양 손에 손말이 김밥을 쥐고 먹을 수 있다면 그날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구요.
장을 봐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 회 코너에서 날치알 한 팩과 무순 한 봉지를 사다가 알초밥도 만들고, 냉장고 속의 남은 반찬도 꺼내 손말이 김밥의 재료를 준비해 봤습니다. 그리고 조개를 넣은 된장국도 엷게 끓여 준비하니 제법 그럴 듯한 푸짐한 일식 상차림이 나오네요.
모처럼 별미를 맛보는 기분도 좋았지만 이 손말이 김밥의 가장 좋은 점은 식사 후 설거지 거리가 전혀 없다는 것과 애매하게 남은 반찬을 처리하기에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멸치볶음이나 조금 남은 불고기, 볶은 고추장, 볶은 나물 등등 무엇이든 손말이 김밥의 속재료가 될 수 있지요. 남편도, 저도, 아이도 하나씩 손에 들고 싹싹 베어 먹으면 설거지 걱정도 없습니다.
자! 김밥용 김 몇 장과 냉장고 속에 약간의 야채와 마른 반찬만 있다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손말이 김밥, 한 번 만들어 보죠.
재료
김밥용 김 2~3장(세로 방향으로 반 잘라서).
달걀 지단(채 썰어서).
오이, 당근 등 야채(잘게 채 썰어서).
먹다 남은 반찬(불고기, 멸치볶음 등 국물이 많지 않으면 어떤 것도 괜찮습니다).
밥.
양념(마요네즈, 볶은 고추장, 쌈장 등 약간).
통깨(없어도 괜찮아요).
1. 김밥에 1/3 정도 밥을 올리고 여러가지 재료를 올린 후
2. 마요네즈나 고추장 등 양념을 얹고 고깔 모양으로 말아 주면 끝!
3. 밥풀 반 개 정도를 으깨서 김말이의 끝을 붙여 주면 꽂이가 없어도 고정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집에서 별미 요리를 만들어 먹은 날은 "오늘, 얼마 벌었나(?)" 따져 보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외식비를 줄이는 것이 절약의 가장 큰 지름길이니까요.
'멋대로 요리'이효연의 홍콩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