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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르르 르르르르 돌아왔소 각설이가 먹설이라 동설이를 짊어지고 똘똘 몰아서 장타령!”
옆에서 장판수가 ‘좋다!’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평구로는 덩달아 추임새를 넣기에 멋쩍었는지 한 발을 뺀 채 뒤에서 팔짱을 끼며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 내 선생이 누구신지
일자나 한자 들고 봐 / 이자한자 들고 봐
이웃행수 기원 속에 / 삼자한자 들고 봐
언덕 없는 고개에 / 감이 담뿍 열렸으니
한섬 잔뜩 따놓고 / 한짐덜썩 걸머지고
감 세 개를 팔았더니 / 떡 가게를 찾는다
놓고 보니 네모요 / 먹고 보니 요기다
절씨구나 나아간다 / 선생보담도 낫단다
일월이성성 내성성 / 이웃집이 보이네
갑골기생이 놀아 난다 / 삼십 먹은 노총각이
가지 없는 남개에 / 밑 상 없는 상에다
목발 없는 지게에다 / 인간 없는 장엘가
돈 석 냥을 사가지고 / 떡 한 개를 사놓고
들고 나서 보니 세모구나......
길을 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짱대를 멀뚱히 쳐다보았고 그 수는 점점 늘어갔다. 한 바탕 장타령을 마친 짱대는 마지막으로 크게 소리쳤다.
“내 타령 알아듣는 이 있으면 밥 좀 주소!”
하지만 타령이 끝나자 모였던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모조리 흩어져 버렸다. 짱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장판수를 쳐다보았다.
“한 곡조 더 뽑아 볼갑슈?”
그 때 멀리서 장판수 일행을 손짓하여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장판수가 이를 보고서는 짱대에게 일렀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한번 가보라우.”
“아따 지들이 오면 될 것을......”
“이런...... 우리 행색을 봐라. 누가 가까이 오고 싶겠네?”
짱대는 투덜거리며 손짓을 한 사람들에게로 갔다가 몇 마디를 나눈 후 다시 장판수에게로 부리나케 뛰어 왔다.
“아이고! 이제 우린 살았네! 조선 사람들인데 먹을 것이 없어 노래를 불러 보았다 하니 밥을 주신답디다!”
“이런 호들갑은...... 우리가 언제 다 죽어 갔네?”
장판수가 손짓한 사람들에게로 가니 포로로 잡혀 왔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깨끗한 옷을 입은 양반네들이었다.
“거 원래 이 거리에는 조선 사람이 왕래하지 않는데 어찌하여 자네들은 이리도 소란을 떨며 있는 겐가? 몸값을 내어 풀려나서 기쁘기라도 한 겐가?”
“아닙네다. 저희는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이 아닙네다. 제 발로 심양에 왔습네다.”
양반은 처량한 눈으로 장판수를 보았다.
“그렇다면 일가붙이들을 찾으러 이리로 온 모양이군.”
장판수는 일단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예, 그렇습네다. 그런데 나으리들은 어찌하여......”
“나으리라니, 우리는 그저 하급 벼슬아치일 뿐일세. 세자저하를 모시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
“세자저하라굽쇼?”
짱대는 깜짝 놀라 휘둥그레 양반을 쳐다보았다.
“난 시강원 필선(세자를 보필하는 정 4품 벼슬) 정뇌경이라고 하네. 이 사람은 서리 강효원이고. 저기서 요기를 하고 갑세나.”
정뇌경은 커다란 음식점에 발을 디뎠고, 음식점 점원은 장판수 등의 남루한 옷차람을 보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했다. 강효원이 은전을 주며 유창한 청국말로 몇 마디를 하자 점원은 태도가 바뀌어 굽실거리며 널찍한 자리에 그들을 안내한 후 상다리가 부러져라 음식을 내어 놓았다.
“우와! 이것이 다 무엇이오!”
짱대는 산더미 같은 음식을 보며 아주 눈물까지 흘릴 지경이었다. 장판수와 평구로는 감사함을 표하며 달게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자네들 보아하니 넉넉지 않아 보이는 데 어찌 식솔들을 빼내어 올 작정인가?”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 정뇌경은 침울한 표정으로 물었고 장판수는 소매로 입가를 한번 닦은 뒤 천천히 대답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식솔들을 찾으러 여기 온 것이 아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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