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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기원 표어대회 대상을 김진표 교육부총리에게 직접 받았다.
ⓒ 이철규
며칠 전 한 아이가 무료급식 신청을 위한 '모자가정증명서'를 내밀었다. 어머니와 통화하니 얼마 전 이혼을 하여 남매를 떠맡게 되었단다.

'아, 그래서 평소 수학박사라고 자처하며 좋아라하던 녀석이 요즘 풀이 죽어 나눗셈까지 못해 선생님을 화나게 했구나.'

당장 아이가 받았을 충격과 어떻게 생활에 적응할지가 걱정이다. 벌써 이런 가정이 우리 반에만 다섯 가정으로 늘어났다.

모부자가정 7명, 2급 정신지체장애아동 1명, 아동정신클리닉(ADHD증후군)에 다니는 아동이 2명으로 전체 40명 중 30% 이상이 힘든 여건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무료급식 지원을 받는 아동은 8명이나 된다. 이쯤 되면 여러 방면에서 영재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특수아로 분류해 '수월성교육'(?)을 할 겨를도 없다.

그렇다고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우리 아이들만 들러리 서게 할 순 없지 않은가.

한국학교발명협회와 한국청소년발명영재단 연구위원인 필자는 학년 초 다양한 현장 연구를 거친 '무지개형 학습 형태'를 학급 경영에 적용하는 희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는 독창적이고 놀라운 힘을 가진 1개의 광선이며 4단계의 무지개형 학습형태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무지개광선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제 1단계(원생산단계, 개별학습단계)에서는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는 단계로 나름대로의 이질적 색깔을 나타내며, 제 2단계(재생산단계)는 다인 1조의 팀워크 학습단계로써 서로의 장점과 틈새를 수정, 보완하고, 재생성단계인 제 3단계는 팀과 팀 간의 발표․토의 단계로 다른 팀들의 장점을 발견, 보완하는 한편 자기 팀의 틈새를 보완, 발전시키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제 4단계)는 각자의 적용발전 단계로써 3차에 걸쳐 형성된 문제의 답을 응용하여 자기화하는 독창적 발전․심화단계이다.

영국 봄 박사의 우주에너지 학설, 미국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미국 렌줄리의 3부심화학습모형, 미국 가니에의 재능복합이론, 미국 암스트롱의 다지능 수업전략, 일본 시치다의 뇌 호흡법을 수업요소에 도입하였고 학교현장에 널리 파급된 일본 히로오까 교수의 계통학습, 문제해결학습, 과제해결학습, 발견학습 형태와 미국 존슨 박사의 협동학습이론도 적용하여 무지개형 학습형태로 완성하였다.

적절한 팀구성과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기법 훈련을 통하여 교수-학습활동, 역할분담, 급식 및 배식, 각종 학급대회, 청소활동 등 모든 학급 활동에 문제의식에 대한 공동책임과 아이디어 확산의 형태를 갖추었다.

무지개형 학습형태가 지닌 특장점인 참여의식 고취를 통한 적극적인 수업참여 태도는 교과별 지식영역 평가에서 비교반과 약 5점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 학습형태를 통해 만든 작품으로 지난 10월 22일 열린 2005 통일기원 전국글짓기대회 표어부문에 우리 반 전원이 응모해 대상(교육부총리상) 등 7개 부문을 모두 수상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무지개형 학습형태는 가정환경이나 지역적인 편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여 커다란 힘으로 살아나고 오직 우리 자녀가 남보다 앞서기를 바라며 왕자, 공주처럼 떠받드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이기심을 잠재워 남과 다르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다.

'남과 다르게 그리고 함께'(Creative & Teamwork).

우리 반 급훈인 이 슬로건은 21세기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꿈과 긍지를 심어주기 위한 희망프로젝트의 시작이자 끝이다.

덧붙이는 글 | 이철규 기자는 수원 영화초등학교 3학년 3반 담임교사입니다.

<내일신문> 2005년 11월 23일자 '밥일꿈' 칼럼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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