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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표씨는 지난 15일 농민 집회에 참가했다, 목뼈와 척수손상 등으로 사지마비상태다. 전농 전북도연맹 등에 따르면 그는 시위대 뒤 편에서 시위를 지켜보기만 했다.
홍덕표씨는 지난 15일 농민 집회에 참가했다, 목뼈와 척수손상 등으로 사지마비상태다. 전농 전북도연맹 등에 따르면 그는 시위대 뒤 편에서 시위를 지켜보기만 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국농민대회 참석 뒤 9일만에 뇌출혈로 숨진 고 전용철씨의 사인을 둘러싸고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같은 집회에 참석했던 또다른 농민이 척수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돼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 병실에서 만난 홍덕표(68·전북 김제 백산면)씨는 산소투여 장비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힘든 상태인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끔 "다리가 오므라들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경비대에 맞은 뒤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15일 집회장에서 구급차로 후송... 경추 제3~6번 척수손상 등

홍씨는 지난 15일 여의도 집회장에서 119구급차에 의해 서울 성애병원으로 후송됐다가 18일 원광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홍씨는 당시 무엇인가에 이마를 맞아 찢겨진 상태였고 입 주변도 찢어져 있었다. 이마와 입 바로 위쪽 등 3곳의 외상을 봉합한 홍씨는 지난 21일 원광대병원에서 경추 및 척수 손상과 관련해 10여시간 동안 수술을 받고 현재 입원치료중이다.

홍씨의 병명은 '경추 제3∼6번 척수손상, 경추 제6번 후궁 골절, 경막 열상'. 경추(목뼈)가 손상되면서 뇌와 신체를 연결하는 척수(신경)가 다쳐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영구적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원광대병원측이 지난 22일 홍씨에게 발급한 소견서에 따르면 "사지마비 상태이며, 상지는 양 어깨와 팔꿈치를 겨우 움직이는 정도이며 하지는 심한 마비상태로 관절운동이 거의 어려운 상태임. 감각은 젖꼭지 아래로 저하되어 있는 상태"로 돼있다. 특히 소견서에는 "상기자(홍덕표씨)는 2005년 11월 15일 농민집회 중 의경에게 맞은 이후 발생한 사지마비를 주소로 본원 응급실에 내원함"이라고 적혀 있다.

"뒤편에서 구경만 했던 분, 얼마나 막무가내로 진압했는지 보여주는 것"

익산 원광대병원이 발급한 홍씨의 소견서. 병원측은 홍씨가 사지마비 상태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익산 원광대병원이 발급한 홍씨의 소견서. 병원측은 홍씨가 사지마비 상태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홍씨와 같이 집회에 참가했던 마을 이장 문인성(63)씨는 "(홍씨는) 농민 시위대가 국회 진출을 시도할 때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 대나무 등을 들고 앞에서 경찰과 싸운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이후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서울 성애병원에서 보니 심하게 다쳐 있더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농 전북도연맹에 따르면, 당일 오후 6씨께 정리집회를 하려던 여의도공원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홍씨를 직접 119구급차에 후송한 정철근 김제농민회 부회장은 "당시 홍씨는 머리, 입, 코 등에서 피가 많이 났다"며 "오후 6시쯤 여의도공원에서 정리집회를 하려고 할 때 경찰이 집회장소까지 네 차례나 들어왔다 나갔다 했는데 그때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홍씨에게서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의식도 거의 없었다"며 "경찰 진압과정이 무방비 상태로 있는 노인들도 막무가내로 때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에서 만난 홍씨 아들 홍성귀(39)씨는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살아온 분인데… 대통령이, 경찰이 농민들을 이렇게 해도 되느냐"면서 "모든 농민이 합세해서 밀고나가도 뭘 알아주기나 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아버님이 최근 가끔씩 '내가 병신이 될란갑다, 죽고싶다'는 말을 하신다"면서 "재활치료를 받아도 사실 희망이 없다, 걸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귀씨에 따르면, 병원측은 현재 3개월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 홍씨의 마비된 팔, 다리가 호전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참한 강경진압 후유증... 중상 8명, 경상 147명

전농에 따르면, 15일 집회에 참석했다가 홍씨처럼 중상(입원치료자 포함)을 입은 농민은 8명, 타박상이나 열상 등 경상자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농민은 147명에 달한다.

이정구(38·전북 무주군 무풍면)씨는 '머리 둥근천장의 골절', '경막위 출혈', '머리내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머리내 출혈' 등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이다. 병원측은 진단서에서 "합병증이 없는 한 6주간의 치료 및 안정가료를 요하며 지속적인 신경외과적 관찰 요함"이라고 밝혔다.

김덕윤(52·경남 고성)씨는 팔과 갈비뼈 2∼3개가 골절되고 폐에 피가 차 거의 거동을 할 수 없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민동욱 전농 정치국장은 "김덕윤씨의 경우 여의도공원 무대 계단에서 떨어져 넘어져 있는데도 의경이 달려들어 머리 등을 방패와 곤봉으로 때렸다"며 "당시 경찰은 치료 중인 부상자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민 국장은 "전농은 경찰의 방패에 내려찍혀 피해를 당한 농민들을 찾고 있다"며 "부상을 당한 농민 규모 등을 취합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은 물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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