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이었습니다. 한참 단잠에 빠져있다가 '욱~, 욱~"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이불을 적시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일어나 형광등을 켰습니다. 옆에 자던 둘째딸 은혜가 계속 먹은 젖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 먼저 일으켜 세운 다음 등을 쓸어내리고 배도 문질렀습니다. 슬쩍 시계를 보니 새벽3시였습니다.
한참 토하더니 은혜는 기운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이제 괜찮겠지 싶어 이불을 걷어내고 옷을 갈아입히는데 이런! 계속 '욱'하며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쉬었다가 토하고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더니 급기야 노란 쓴물까지 토해내더군요. 그리고는 배가 고픈지 젖을 찾아 손을 더듬거렸습니다. 얼른 젖을 물렸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새벽 5시였습니다.
힘들어하는 은혜를 보며 덩달아 지쳐서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걱정이 되서 깊은 잠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시간정도 잤을까요. 젖을 먹으며 잠들었던 은혜가 먹은 젖을 또 다 토했습니다.
밤새 같이 잠을 못잔 남편은 피곤한 몸으로 출근했다가 아침 9시쯤 병원에 가보자며 집으로 왔습니다. 유 언니도 근무하다 말고 같이 왔습니다. 잠이 덜 깬 큰딸 소연이를 깨워 대충 챙겨입힌 후 은혜를 데리고 혜주시 인민병원에 갔습니다. 소아과를 찾아 갔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요. 병원이 아니고 꼭 시장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를 받았습니다. 옆에서 유 언니가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유행성 배탈이라며 약만 먹는 것 보다 링거 주사 맞으면 더 효과가 빠르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러겠다고 하고 접수를 끝낸 후 주사실로 갔습니다.
주사실에 들어서니 링거 맞는 아이들은 또 왜그리 많은지요. 보호자들이 아이를 안은 채 링거을 투여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간호사들이 쉴 새 없이 어린 아이들에게 링거를 꽂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마위쪽, 거의 머리 쪽 혈관에 링거를 꽂고 있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아찔하고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주사실에서도 역시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를 안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은혜 차례가 되었습니다. 머리에 꽂는 게 너무 무서워서 발에다 놓아달라고 했더니 발에서 혈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찌르기를 시도하더니 다시 주사바늘을 뺐습니다. 그리고는 손에서 찾더군요. 역시 고개를 저으며 애기 눕히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침대도 아니고 작은 나무책상에 장판이 깔려있고 배게 하나 놓인 곳에 은혜를 눕혔습니다. 폭이 좁아 은혜 다리는 손으로 든 채로 잡아야 했습니다. 잠들어 있다가 놀란 은혜는 아빠 엄마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는 순간부터 큰소리로 울어대며 몸부림쳤습니다.
아이 울음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간호사는 면도기로 머리카락을 살짝 미는 것부터 주사 꽂고 줄을 테이프로 감는 것 까지 어찌나 느긋하던지요. 좋게 표현하자면 참 침착했습니다.
링거주사를 꽂은 후 은혜를 안고 자리잡고 앉았는데 은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달래지지 않아서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사람들 보든지 말든지 그냥 젖을 물렸습니다. 토하고 나서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젖을 물리자마자 조용해졌고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3시간 정도 걸려 포도당 한 병을 다 맞고 또다른 한 병으로 바꾸는데 은혜가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간호사가 주사바늘을 확인하더니 다시 꽂아야한다며 바늘을 뺐습니다. 안쓰러웠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 반대편 머리 쪽에 링거 바늘을 꽂기 위해 또 한번 전쟁을 치뤘지요. 은혜는 너무 울다가 지쳐서 훌쩍거렸습니다. 몸부림을 얼마나 쳤는지 머리카락은 땀으로 흥건했습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에서 울컥거리는 걸 몇 번씩 참았습니다.
소연이는 아빠 손을 꼭 잡은 채 동생 주사맞는 모습에 얼굴을 찡그리며 쳐다보았습니다. 많이 지루했을텐데 병원에서 떼도 안쓰고 아주 의젓하게 말을 잘들어서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아침 9시에 갔던 병원, 은혜주사를 다 맞추고 나니 4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병원에서 은혜한테 매달리느라 점심 먹을 정신도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햄버거를 사서 하나씩 먹었습니다. 우리는 괜찮았지만 매번 우리 아이들 때문에 병원에 동행해준 유 언니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집으로 오자마자 남편과 유 언니는 회사로 들어갔고 은혜에게 약을 먹인 후 상태를 살폈습니다. 다행히 토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무척 창백해 보였습니다. 하루 동안 많이 지쳤었나 봅니다.
스르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양쪽 이마 위쪽에 혈관을 보기위해 면도기로 살짝 밀어놓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사바늘을 아이 머리에 찔러 넣던 그 장면,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다시는 그런 경험 하지 않도록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앉아있던 다섯 시간동안 정말 기진맥진이었습니다. 링거를 꽂은 다른 아이들 소변이나 대변을 보호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사실 안에서 보게 했고, 음식먹고 난것을 바닥에 그냥 버리는 것을 보고 병원이 불결해서 아주 혼났습니다. 깨끗한 병원이 정말 그리울 정도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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