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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이미 구워놓은 케이크용 빵, 생크림, 온갖 과일, 설탕계피시럽이다. 그리고 장식용 나무와 썰매. 먼저, 생크림을 부풀어 오르게 잘 젓는다. 여름이에게 저어 보라고 하니, 제법 잘 젓는다. 열까지 숫자를 세며 저어 보라고 시켰더니, 숫자까지 세면서 말이다.
그리고 빵의 윗부분을 도려내었다. 이건 여름이가 좀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도려내었다. 그리고 빵을 반으로 갈랐다. 도려낸 부분은 먹어도 된다고 하니, 여름이는 신나서 빵 먹는데만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 않아도 장식할 과일을 몇 개 씩 집어 먹었는데, 빵까지 먹으라고 하니 너무 좋아했다. 나는 더 맛있게 먹으라고 빵에 생크림까지 살짝 발라주었다.
반으로 가른 빵의 윗부분을 들어서 옆으로 두고, 아랫부분에 붓으로 설탕시럽을 발라주었다. 이것도 여름이에게 해보라고 시켰는데 제법 잘 바른다. 설탕시럽을 바르는 이유는 빵이 너무 건조해지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설탕시럽을 바른 빵 위에 드디어 생크림을 짜서 덮었다. 여름이는 이 과정을 제일 즐거워했다. 힘 조절이 안 되다 보니 예쁘게 되지는 않았지만.
옆에 두었던 빵의 윗부분을 올리고, 또 그 빵 위에 시럽을 발랐다. 그리고 또 생크림으로 덮었다. 빵의 옆 부분까지 생크림으로 장식을 하면 되는데, 여름이도 제법 신경을 쓰며 생크림을 짜내는 눈치였다.
이렇게 생크림으로 장식한 케이크 위에 이제 과일장식과 장식용 액세서리만 올려놓으면 케이크 만들기는 끝이다. 한 시간 가량 걸려서 만든 예쁜 케이크! 여름이는 박수까지치며 좋아했다.
요즘 여름이는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아이들과 어울려 방방 뛰어다니고, 함께 케이크를 만드니 기분이 많이 좋았나보다.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여름이에게 물어보았다.
"여름아, 케이크 만드니까 어땠어요?"
"좋았어요!"
"좋았어요?"
"네. 케이크 만드니까 좋았어요. 엄마, 여기 또 와요!"
그러더니, "엄마, 오늘 내 생일이거든요? 케이크해요" 이런다. 내일은 마침 우리 친정 부모님 36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여름이가 직접 만든 케이크로 결혼기념일 축하를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다 저같은 마음일까요? 무언가를 해주고 또 해주어도 아이에게 늘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아이와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너무 바쁘고 정신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