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쇼벤트 인생은 아름다워 연습 중
쇼벤트 인생은 아름다워 연습 중 ⓒ 박성연
11월 22일(화) 저녁 6시 지하철 길음역 7번 출구. '연습실까지 좀 많이 걸어야 해요'라는 말에 걸음을 서둘렀다.

건물 2층에 위치한 연습실 철문을 열자 보이는 건 텅 빈 마룻바닥. 잘못 찾아왔나 싶어 머뭇거리는 것도 잠깐, <쇼벤트 인생은 아름다워>의 연출가이지 온-오프라인 공연기획사인 OTR(Our Theatre Review)의 대표인 박홍진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헤매기 일쑨데 잘 찾아오셨네요."

배우들이 저녁 식사하러 나갔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 편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연습실 한쪽에는 건반, 베이스, 북, 장구가 나란히 놓여있었는데, 쇼와 이벤트의 결합이라는 장르의 신선함을 가늠해볼 만했다.

"자, 30분에 안무 연습하겠습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조연출 오정원씨의 목소리부터 범상치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갈 것은 아니고요, 중간 중간 끊어서 갑시다."

연출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 섰다. 순간 작은 연습실이 순식간에 공연 무대로 바뀌었고 연출자는 관객으로 배우는 각자 맡은 배역으로 탈바꿈했다.

대본 연습 중
대본 연습 중 ⓒ 박성연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우리 아들 무릎 아프니까 약식으로 해"하며 다독이던 아빠(배우 채민석씨)는 온데간데없고 '파쇼! 무법주의자'가 드러났다. 옆집 아줌마처럼 푸근한 인상으로 "오늘 아침은 된장"이라며 아침을 차리던 엄마(배우 김계선씨)는 극의 최고점에 이르면 지난날의 꿈을 노래하는 가냘픈 여인이 된다. 새침한 두 딸과 털털한 아들도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는데, 마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연극과 뮤지컬의 중간이라고 해야 할까. 감칠맛 나는 대사들이 리듬을 타고 흘렀고 중간중간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암전 없이 진행되는 극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두 차례 등장하는 풍물이다.

춤사위와 장구의 장단이 어우러질 때 관객도 한판 마당놀이를 하듯 흥겹게 극에 몰입할 수 있으리라. 음악감독의 세심한 손길 덕분인지 양악과 국악의 어우러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반과 베이스가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멜로디를 구사하면 북과 장구가 경쾌한 장단으로 리듬의 맛을 살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익는 편안함이라고나 할까.

ⓒ 박성연
음악이면 음악, 안무면 안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몫, 주어진 역할이 가족구성원이라서 그런지 여느 팀과 달리 더욱 끈끈한 모습을 보였다. 즉석에서 대사가 추가되는 일이 잦은데도 즉석에서 감정을 실어 표현해냈고,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더 적절한 멘트를 찾아냈다. 매번 배우들이 일렬로 선다고 지적하는 연출자의 말에 이어 "맥주 셋, 안주 하나 있잖냐?"며 받아치는 아빠(배우 채민석 씨)와 "삼각구도, 삼각구도"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엄마(배우 김계선 씨) 덕분에 연습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유지된다.

ⓒ 박성연
'실전을 연습처럼, 연습을 실전처럼'이란 말이 있던가. 연습장 분위기만으로도 실제 공연의 분위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법.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이미 한 가족이 되어버린 다섯명의 배우가 보여줄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맥스티켓 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