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방어 및 핵공격을 포함한 공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윌리엄 아킨이 입수한 미군 내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동북아의 어떤 나라"를 상대로 '경계 방어와 지구 공격(Vigilant Shield/Global Strike)'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내부 문서에서는 북한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아킨은 북한을 상정한 핵공격 훈련이라고 풀이했다. 미군 문서에 표현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동북아의 어떤 나라"는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9월 19일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이번 문서를 통해 미국이 북한을 상정으로 한 비밀 핵공격 훈련을 공동성명 채택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돼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하는 동북아 어떤 나라' 상대로 훈련 실시
11월 초에 실시된 비밀 훈련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하나는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훈련이고, 다른 하나는 핵·비핵 공격 훈련이다.
이 중 '지구 공격(Global Strike)', 혹은 '지구 번개(Global Lightning)'로 명명된 공격 훈련은 "핵 전투 준비·숙달·훈련을 준비하고, 전략사령부-합동기능구성사령부-태스코포스 사이의 통합을 촉진하며, 핵·비핵 군사력 사이의 훈련을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 훈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부대는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Space and Global Strike command)'이다.
이 사령부는 2003년 미국 전략사령부의 지침에 따라 새로운 지구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2005년 1월 창설된 부대이다. '콘플랜 8022'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핵무기를 포함한 선제공격 수행을 핵심 임무로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 전략사령부는 '지구 번개' 훈련을 통해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가 초기작전능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적을 억제·단념시키고 명령이 내려지면 적을 격퇴시킬 수 있는 우주 및 지구 공격 능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의 창설 및 초기작전능력 확보를 통해 "국제 테러리즘을 분쇄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며, 지속적인 핵 억제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고 전략사령부는 덧붙였다.
공격 핵심부대가 한미합동군사훈련에도 참가... 훈련 성격 논란 일 듯
더욱 주목할 점은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격 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롯해 한반도를 작전 범위로 한 군사 훈련에도 참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및 군부 문서를 통해 미국의 핵정책을 폭로해 온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에 따르면,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는 8월 하순에 실시된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미군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앞서 소개한 이 사령부는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격 작전의 핵심 부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령부는 '최종의 분노(Terminal Fury)' 훈련에도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태평양 사령부가 주관하는 이 훈련은 일종의 전시 동원 훈련이다. '콘플랜 8022' 등 미국의 핵공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가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태평양 사령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핵 전력을 강화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전략사령부는 '지구 번개' 훈련을 통해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의 초기작전능력을 확보한데 이어, 2006년 9월까지 작전 능력을 '완전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핵무기 사용 안한다"더니... 불신 자초하는 부시 행정부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상정한 핵 공격 훈련을 계속해오고 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존재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은 '콘플랜(CONPLAN) 8022'이 작전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이 확인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콘플랜 8022'는 윌리엄 아킨이 지난 5월 중순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폭로한 작전계획으로,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적대 국가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사시 적국이 미국에게 핵 공격을 가할 위협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핵무기 사용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우주 및 지구 공격 사령부'는 이 작전계획의 실행을 위해 창설된 부대이다.
'콘플랜 8022'가 공개되자 북한은 "미국이 대화의 장막 뒤에서 핵전쟁을 책동하고 있다"며, 이 계획의 파기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지난 달에 이러한 작전계획에 바탕을 둔 '지구 번개' 훈련을 실시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부시 행정부의 핵전략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및 미군의 관련 문서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