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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충남지사가 홍성군 축산공무원으로부터 농장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심대평 충남지사가 홍성군 축산공무원으로부터 농장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안서순
충남도가 황우석 교수에게 실험용 돼지를 공급해오던 충남 홍성군 구항면 돼지농장 일대를 '황우석 기념농원'으로 조성한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농장 종사자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충남도가 여론을 의식한 이벤트성 졸속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8일 오봉리(봉지마을)의 '황 교수 실험농장'을 전격 방문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황 교수의 쾌유를 기원하고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그러나 이날 심 지사는 공원조성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 하지 않았다. 대신 "인류건강과 난치병환자들의 희망인 황우석 교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황 박사 연구의 산실인 이곳을 직접 방문했다"고만 밝혔다.

심 지사는 당초 관심을 모았던 농장주변에 대한 공원조성계획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제기되자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은 채 "(황 박사의) 연구에 보탬에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충남발전 연구원에 용역을 줄 계획이다"고만 짧게 답했다.

반면 행사 직전 농장주인 최모씨가 농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트럭으로 막아 홍성군청 직원들의 설득으로 길을 트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농장 전경 ,황 교수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농장 전경 ,황 교수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안서순
최씨는 "오늘(8일) 신문을 보고서야 공원조성 운운 하는 것을 알았다"고 밝히고 심 지사에게 "농장주인인 내가 신문을 보고 알아야 되느냐, 충남도와 홍성군 어느 곳도 오늘 아침까지 나한테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이런 행사와 계획을 밝힌다는 게 맞는 일이냐"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농장 종사원들은 농장주변을 기념 공원화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며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농장 종사원들은 "일반 농장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농장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탐방코스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또 "엄격히 관리해야 할 실험농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을 모아놓고 황 박사 쾌유를 비는 행사를 벌인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혀를 찼다. 이들은 취재진이 돼지 사진을 먼 곳에서 한번 찍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무균 돼지를 생산하는 곳"이라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실제 서울대 연구팀은 해당 농장에 대해 방문자를 적극 차단하고 정기적인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도 농장 진입 입구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고 농장 입구에 이르는 도로 2개소에는 소독용 석회가 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날 농장에는 지역 축산인과 인근지역 주민 공무원 보도진 등 모두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와 북적거렸다.

실험농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막고 있는 출입통제 세움판
실험농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막고 있는 출입통제 세움판 ⓒ 안서순
이에 앞서 충남도 김동완 기획관리실장은 7일 도청기자실을 방문 "돼지농장과 주변 지역을 '황우석 기념농원'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8일 심 지사가 농장을 방문해 황 교수의 쾌유를 기원하고 기념공원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충남도는 8일 오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황우석 박사 실험농장을 방문해 줄기 세포 논란으로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는 황 박사의 쾌유를 기원하고 이곳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달 충남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바이오산업 연구모임'을 통해 황우석 박사 생가와 실험용 돼지를 기르던 축사를 '제2실험실로 활용하고 역사적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또 "황우석 박사 기념관과 줄기세포 탐방코스 개발 등 다양한 기념화 사업을 추진하도록 도의 시책으로 채택했고 충남발전연구원으로 하여금 구체적 대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는 것. 도는 이를 위해 내년예산에 8400만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한편 황 교수 실험농장인 '대함농장'의 축사 4동(440평)에는 현재 임신된 돼지 80마리와 실험 대기용 돼지 40두 등 모두 120마리의 실험용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황 교수 연구 팀은 이곳에서 4년 전인 2002년 11월부터 매주 3회씩 서울에서 내려와 2~3마리의 돼지에 복제 수정란으로 인공수정을 시켜 4개월이 되면 서울대 무균실로 옮겨 유도분만을 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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