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갑오년 정월, 뿌연 하늘에 새벽 닭 우니" 한국창작 오페라단 합창단
ⓒ 이영균
우리의 십만 대군들은
죽창과 소총으로 저항했다.
월악산 뒷자락 터져 나오는 불꽃
우금치 앞자락 스러지는 꽃잎
......중략
끝없이 꽃잎은
스러져 스러져 쌓였다.
빨갛게, 하얗게
- <한울춤> 가운데 혼성 합창 중에서-


성악과 오페라, 전통국악기와 양악기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형식의 국악오페라 <한울춤>이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지난 12월 7, 8일 이틀간에 걸쳐 공연되었다.

3막4장으로 구성된 국악오페라 <한울춤>은, 판소리꾼과 성악가가 함께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오케스트라에 국악기와 양악기가 섞인 국악과 양악이 혼용된 새로운 시도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2시간이 '짧다'라는 아쉬움이 들게 할 정도로 예술의 흥취에 빠져들 수 있는 자리였다.

▲ "100여년 전의 원각사 무대" 춤꾼 김진환
ⓒ 이영균
<한울춤>은 명무 한성준과 동시대 예인들의 삶과 사랑을 배경으로, 동학 농민전쟁과 의병 활동의 과정을 판소리꾼과 성악가가 함께 재현해냈다. 서양 오페라의 기본양식처럼 대사가 아닌 음악 위주로 아리아(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는 독창곡)와 레치타티보(극 진행에 사용되는 대화체 노래)가 극을 이끌었으며, 합창단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극의 웅장함을 더했다.

전공 특성상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닌다는 김성혁(연극영화과 전공)씨는 "춤과 노래와 새로운 형식의 국악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국악과 성악이 어우러진 신선함과 국악기와 양악기의 절묘한 조화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5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한울춤>의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한 한국창작오페라단 이종구 단장은 "오페라 양식이 가급적이면 우리들에게 친근하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문화로 정착하기를 바란다"며 누구나 쉽게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 예술이 생활 속에서 함께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국악오페라를 구상했다"고 국악오페라의 창작 동기를 밝혔다.

'오페라'라는 장르에 다소 낯설어 하는 관객들도 "정서적으로 친숙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편안한 무대였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오페라가 서양에서 출발한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국악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 서양의 무대 양식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음악의 대부분이 우리의 전통음계로 되어 있었고, 극의 음악적 주도권이 우리가락 속에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석민(교사)씨는 "우리 전통춤꾼과 소리꾼, 바리톤과 테너, 소프라노가 한 무대에 올려진 국악과 양악의 절묘한 조화였으며, 동학혁명과 의병 활동 등 주제가 선명해 학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공연" 이라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 "평등하고 해방된 세상, 인내천 사상" 소프라노 김성은, 판소리꾼 이덕인, 연극배우 장덕주
ⓒ 이영균
의병이 된 동학군 강한울이 1차 동학농민전쟁의 과정을 창작판소리로 담아내는 동안, 무대는 분리됐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남성합창단원들은 동학군이 되어 동학군의 전쟁과정을 합창과 동작으로 표현했다. 반제 반봉건 민중 항쟁이었던 동학농민전쟁의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된 판소리와 합창단의 앙상블이었다. 판소리를 채 완성하지 못한 채, 쫓기는 몸이 된 강한울의 한을 친구 한성준이 춤으로 승화시킨다. 그 한은 비단 강한울과 한성준만의 한이 아닌 일제와 봉건주의의 착취와 억압을 타파하고자 하는 민중의 한이었고, 그 몸부림을 '한울춤'으로 풀어낸 것이다.

"찬란히 되살아나는 역사의 얼굴, 언젠가 열릴 한울"이라는 밝은 세상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담은 합창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페라와 판소리를 다 좋아한다는 게르만 호흐(한양대 독어과 초빙교수)씨는 "서양의 오페라에 판소리를 더한 것을 재미있게 봤고, 한국적인 색채를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춤을 좀 더 충분히 보여줬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라는 외국인으로서 한국문화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중적이라고 하기엔 아직도 멀게 느껴지는 오페라에 대한 선입관을 많이 희석시켜준 공연이 아니었다 싶다. 우리 정서에 부합되는 오페라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 날뜻이 춤을 추는 원각사의 춤꾼들과 예인들
ⓒ 이영균
ⓒ 이영균
▲ "동학영령들을 위한 한울춤과 구음" 춤꾼 임응희, 소리꾼 윤석영
ⓒ 이영균
▲ "찬란히 되살아나는 역사의 얼굴, 언젠가 열려질 한울"
ⓒ 이영균
ⓒ 이영균
ⓒ 이영균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