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우영
가창오리떼가 금강하구둑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나는 이제나 저제나 그곳을 찾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접해본 가창오리떼 군무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루 날을 잡아 금강하구둑으로 향했다. 몇십 만 마리쯤 되는 가창오리떼가 연출하는 멋진 군무가 담길 사진을 연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금강하구둑에 도착해 가창오리떼가 있다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낮에는 쉬다가 저녁 때쯤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습성을 가졌다는 가창오리떼 수십 만 마리가 강물 위에 떠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이 설레었다. 녀석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연상되면서 카메라를 든 손에는 나도 모르게 힘조차 들어갔다. 그때가 한 4시쯤 됐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좀 넘게 기다리니 어느덧 하늘이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가창오리떼가 날아올라 주기만 한다면 정말 멋진 하늘빛을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이 내 카메라에 담겨질 터였다.

그러나 웬걸, 가창오리떼나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해는 점점 산 뒤로 넘어가고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낭패스런 심정이었다. 이러다가 추위에 떨며 두 시간여를 기다린 정성이 헛고생으로 끝나고 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사진 찍으러 온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가창오리라는 놈들은 열에 일곱 여덟은 완전히 어두워진 다음에야 먹이 사냥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노을녘에 날아오를 것을 예상하고 삼각대조차 준비 안한 나로서는 정말 낭패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가창오리 몇 마리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녀석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나로 하여금 추위조차 잊은 채 행복감과 활홀감에 빠지게 만들었던 가창오리떼 군무를 소개한다.

ⓒ 이우영

ⓒ 이우영

ⓒ 이우영

ⓒ 이우영

ⓒ 이우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