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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불려두었던 당면을 자르고, 물을 짜낸 두부를 으깨고, 묵은 김치를 송송 썰고, 대파를 썰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비장한 각오로 만두피를 뜯고 있는 아이들 앞에 재료를 버무려서 내 놓았다. 저 좋아라하는 표정.
'맞아. 이게 살아 있는 교육 아니겠어. 현장 학습이 따로 있나. 이게 바로 현장학습이지.'
귀찮음도 물리치고 아이들을 위해 만두 재료를 만들어낸 나를 칭찬하느라고 머릿속에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작업 시작. 상 위에 만두피를 한 장 깔고, 그 위에 속을 넣고 다음은 만두피 가장자리게 물을 발라가며 접는 순서이건만, 아이들에게는 그깟 순서같은 건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양쪽을 접고, 또 나머지를 접고….
쌈을 싸듯, 전병을 만들 듯 그렇게 만두 하나를 뚝딱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작은 아이는 더 가관이다. 만두피 두 장에다 속을 개미눈물만큼 넣더니, 주먹밥 뭉치듯이 힘껏 주먹을 쥐었다 펴더니 "다 됐다!"고 외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만두를 일차로 몇 개 쪘다.
그런데 찜솥에서 십여분 쪄진 만두가 갑자기 왜 이렇게 불어버리는 건지. 뭣 모르고 다닥다닥 붙여앉힌 만두가 퍼지고 보니, 그야말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먹어보겠다고 아우성인 아이들에게 찜솥 째 갖다 줬더니 수저로 벅벅 긁어서 기어기 한솥을 다 먹어버렸다.
"와~~ 맛있다."
물론 내 입에도 맛있었다. 나머지는 두 솥에 나눠서 쪘다. 하지만 "엄마 우리 만두 장사 해도 되겠지" 하는 아이의 말에는 선뜻 대답해주지 못했다. 과연 돈을 주고도 이런 희한한 모양의 만두를 사먹어주는 희한한 손님이 계실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점심에 저녁까지 만두로 때우고 나니 당분간은 만두 생각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뜨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또 외쳤다.
"엄마! 오늘도 만두 만들까?"
이럴 때 나는 외치고 싶다
"얘들아, 만두부인 이미 속 터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