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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 연구지원 종합대책 회의가 끝난 뒤 황우석 교수와 악수하며 활짝웃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왼쪽).
지난 5월 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 연구지원 종합대책 회의가 끝난 뒤 황우석 교수와 악수하며 활짝웃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왼쪽). ⓒ 연합뉴스 한상균
이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 사법처리 검토를 요청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황 교수 전담 '마크맨'이었음을 감안할 때, 황 교수측이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을 통해 청와대에 'SOS'(구명요청신호)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혹은 국정원이나 논문 관련 이해 당사자가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요청이 단순한 'SOS'를 넘어서 '사법처리'(형사 처벌)까지 검토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는 황교수측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실상 '청부수사'를 의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서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에 'PD수첩팀을 협박죄로 형사 처벌할 경우 오히려 논문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불가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런 검토의견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1월 27일 나온 노 대통령의 공개발언(기고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 PD수첩 >팀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매매 의혹' 편을 방영(11월 22일)해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PD수첩 광고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직후에 발표한 청와대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에 관하여 MBC PD수첩에서 취재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PD수첩에서 난자기증문제를 취재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무슨 대책을 의논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이 기고문에서 밝힌 관련 대목이다.

"(PD수첩팀의) 처음 취재방향은 연구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로 황교수가 매우 힘들어 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수십 명의 교수, 박사들이 황교수와 짜고 사기극을 벌이고 있고, 세계가 그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말인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중략)…

얼마 후부터는 난자 기증을 둘러싼 문제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며칠 후,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PD수첩에서 난자기증문제를 취재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무슨 대책을 의논해 왔다. 이 자리에서는 취재의 동기와 방법에 관하여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 "김선종 연구원, PD수첩이 아니라 황 교수측 때문에 압박"

ⓒ MBC TV 촬영
누가 김선종 연구원을 압박했을까? < PD수첩 >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 연구원(위)과 YTN과 인터뷰 하고 있는 김 연구원(아래).

YTN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종 연구원과 인터뷰를 해 PD수첩팀이 황우석 교수의 구속을 거론하며 사실상 위협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은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보도 화면.
누가 김선종 연구원을 압박했을까? < PD수첩 >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 연구원(위)과 YTN과 인터뷰 하고 있는 김 연구원(아래). YTN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선종 연구원과 인터뷰를 해 PD수첩팀이 황우석 교수의 구속을 거론하며 사실상 위협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은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보도 화면.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또 "민정수석실에서 '형사 처벌 불가' 의견을 개진한 직후에 새튼 교수가 황우석팀과의 '결별'을 선언해 의아해 했다"면서 "그때부터 내부에서도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미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은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 PD수첩 > 취재진의 공갈협박 때문에 그 충격으로 실신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김 연구원이 귀국해서 < PD수첩 >에 밝힌 '중대증언'을 취소해 달라는 황 교수측의 압박 때문에 갈등했던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배아줄기세포 배양 전문가로 2005년 논문의 공저자인 김선종 연구원은 < PD수첩 >과의 인터뷰에서 "2, 3번 줄기세포의 사진을 10장 정도 찍었다"면서 "해서는 안될 일을 해 마음의 부담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15일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김 연구원이 PD수첩과 만나 증언한 뒤부터 압력을 받아왔다"면서 "(황 교수 팀에서) 김 연구원에게 12월 27일까지 한국에 돌아와 줄기세포를 다시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만약 안 돌아오면 검찰 수사를 요청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취재를 봉쇄하기 위해 사법처리 검토를 의뢰한 황 교수측의 도덕윤리적 책임 문제와 이를 중계한 박기영 보좌관에 대한 문책 문제 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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