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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줄기세포의 존재여부에 대해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문가 입장에서도 못 알아들었다. 국민들도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16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뒤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러한 소감을 피력했다. 노 이사장뿐만이 아니다. 젊은 과학도들과 기자들도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황 교수의 이날 해명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했던 탓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 일관성의 부족, 중요한 사실관계의 언급 배제 등 여러 요소로부터 기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줄기세포 진실공방의 키를 쥐고 있다고 알려진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원마저도 부분적으로 진술이 엇갈리는 등 황 교수의 해명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결국 황 교수의 이날 해명 기자회견은 애초 기대와 달리 의혹만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현재 제기하고 있는 황 교수 해명의 모순과 의문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의문 1] 줄기세포 몇 개로 <사이언스> 논문 작성했나

2005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낼 당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과연 몇 개였냐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황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즈메디병원으로부터 회수한 배아줄기세포 2번, 3번과 추가로 수립된 6개의 배아줄기세포를 토대로 논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팀의 논문이 <사이언스>에 제출된 것은 3월 15일이다.

"미즈메디병원에 이미 보관 중이던 2, 3번 줄기세포만 다시 서울대에 반환했다. 이후 6개 줄기세포가 추가 수립됐으며 이를 토대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했다. 이후 3개 줄기세포가 추가로 수립됐다."

다시 말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11개가 아닌 8개의 배아줄기세포를 근거로 작성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선종 연구원의 진술은 다르다. 김 연구원은 16일 현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번과 3번 셀라인으로 11개를 만든 것은 맞다"며 논문 작성 당시 보유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는 2개에 불과했음을 시인했다.

따라서 논문에 나온 11개의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적어도 3개, 많게는 9개가 허위·조작된 결과물이 된 셈이다. 이는 2, 3번을 제외한 9개는 가짜이며 3개는 가공의 데이터라고 말한 노성일 이사장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의문 2] 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떤가

황 교수는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느냐. 또 3개면 어떻느냐,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냐"고 반문했다. 가정법을 쓰기는 했지만 이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스스로 부정한 가장 비과학적인 발언으로 꼽힌다.

2004년 논문과 대별되는 2005년 논문의 가장 큰 업적은 핵치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성공확률을 1/242에서 1/17(185개 난자로 11개 배아줄기세포 수립)로 크게 높인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상업적 활용가능성도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황 교수의 항변대로라면 스스로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2004년 논문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2005년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될 리도 만무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 말을 듣고 그가 과연 과학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와 관련, 줄기세포 개수가 아니라 원천기술의 보유 여부에 비중을 두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 노성일 이사장이 15일 오전 황우석 박사와 만나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들었을때 적었던 메모지. 그런 충격적인 진실을 얘기해줄지 몰라 메모지조차 준비못해서 편지봉투에 적었다고 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의문 3] 논문에 등장하는 DNA 지문은 어떤 줄기세포인가

황우석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황 교수팀 실험실의 핵치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바뀐 것은 배양 초기 단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포가 뒤바뀐 구체적인 일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 즉 제1계대에서 환자 맞춤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줄기세포 것으로 뒤바뀐 게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다."(황우석 교수)

의문은 그가 일시를 밝히지 않은 데서부터 출발한다.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MBC의 불충분한 측정 혹은 실험 오류를 우려하여 일부 줄기세포를 검증해본 결과, 11월 18일 밤 본래 <사이언스>에 제출했던 DNA 지문과 차이나는 점을 확인했다"는 황 교수의 발언으로 볼 때 적어도 11월 18일 이전에 줄기세포가 뒤바뀐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뒤바뀐 시점이 <사이언스> 논문 제출 이전이면 논문에 기재된 DNA 지문분석 자료와 사진의 다수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미즈메디병원의 잉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즉 가짜로부터 추출된 것임이 명확해진다.

다만 논문의 2, 3번 배아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과 사진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바탕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은 높다. 2, 3번의 경우 황 교수팀 실험실뿐 아니라 미즈메디병원에도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뒤바뀐 시점이 논문 제출 뒤라면 문제의 DNA지문은 진짜, 즉 황 교수가 수립했다고 주장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것이 된다. 이 경우 가공된 3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제외하고는 지금과 같은 사진중복 논란이나 DNA 지문분석 조작 의혹은 애초부터 나타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11개 줄기세포 중 2개(2,3번)를 제외한 9개의 줄기세포가 중복 사진임이 드러나 있는 상태다.

따라서 뒤바뀌었다면 시점상 논문 제출 이전에 뒤바뀌었을 확률이 높다. 황 교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논문 제출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줄기세포가 뒤바뀌었고, 이를 토대로 황 교수가 논문을 작성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황 교수 주장대로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었다면'이라는 가정일 뿐이다. 만약 뒤바뀌지 않았다면? 그래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의문 4] 논문 제출 전까지 세포가 바뀐 것을 몰랐나

황 교수가 본인도 잘 모르는 채 누군가가 뒤바꾼 줄기세포로 논문을 작성한 경우에도 의문이 100%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황 교수팀은 대체 뭘 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황 교수팀은 논문 제출을 위해 적어도 수차례 체세포 공여자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뒤바뀐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황 교수팀의 '직무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또 한 가지. 세포 관련 연구자들은 중요한 세포일 경우 훼손 가능성을 염려해 스톡(STOCK)으로 저장해 놓는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중요한 파일을 CD 등에 백업해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황 교수팀의 설명대로라면 뒤바뀐 것은 단순히 앰플에 담긴 배아줄기세포뿐 아니라 스톡 전체일 수도 있다. 실험실의 관리 소홀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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