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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철 기자와 그녀의 어머니인 김순례 할머니.
신희철 기자와 그녀의 어머니인 김순례 할머니. ⓒ 심은식
치매를 통해 삶을 긍정하다

지난 5월 치매를 앓고 있는 김순례 할머니를 밀착 취재했던 인연으로 필자는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방문해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신희철 기자의 한결같음과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 그녀에게 그 한결같음의 비결을 물었다.

"댓글들을 보면 간혹 저를 천사로 보시는데 알고 보면 깍쟁이고 독하고 그래요.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무심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시간인 셈이에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나의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성으로 보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엄마, 아버지만이 아니라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일으켜지곤 해요."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 책표지.
<다섯 살배기 딸이 된 엄마> 책표지. ⓒ 창해
지난 2001년 7월 첫 기사를 올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오마이뉴스를 통해 엄마를 기록해 왔어요. 가끔 가다 되짚어 읽어보는데 그런 기록을 통해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을 잃지 않으려 애써요. 글을 통해서 되새기고 약속을 해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글 쓴 의도는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긍정적인 면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치매도 예쁜 면이 있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대부분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두려워하고 도망갈 생각들을 하죠. 치매는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변해요. 무서운 병도 아니고 난폭한 병도 아니에요. 오히려 제 경우 스스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기사를 통해 드러나는 그녀의 치매 얘기가 단지 아름답게 미화된 것들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에게 숨기고 싶을 법한 가족사나 이야기도 그대로 드러내며 힘겨움에 맞선다.

"글을 쓴다는 것이 자기를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 고민을 해요. 원래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편이고 특히 사생활은 더 그렇기도 하지만 치매를 알리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처음 쓰고 한 1년 가까이 쉬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한번 토해내고 나니까,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역시 글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선택이라 생각해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신희철 기자의 손.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신희철 기자의 손. ⓒ 심은식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말라

책이 나온 후에는 여러 매체에서 다투어 그녀를 취재했고 그럴 때마다 신희철 기자는 알게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치매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전하기 위한 시도보다는 단순한 미화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의 어려움만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치매를 통해 오히려 삶을 긍정하게 되었다는 신희철 기자.
치매를 통해 오히려 삶을 긍정하게 되었다는 신희철 기자. ⓒ 심은식
다행히 지금은 매주 월요일 KBS 제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의 '치매 부모와 잘 지내기' 코너에서 치매부모 모시기에 필요한 알찬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간부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현재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적극적인 사회활동 때문인지 전두환의 비자금, 박정희의 죽음 등에 대한 기사도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다루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여성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봐요. 다만 부딪치는 게 싫고 논쟁의 중심에 서는 것을 원치 않아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는데도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그런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 여성문제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최근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관념의 벽은 아직도 두텁고 높아요. 제도와 법보다 그런 것이 더 무섭죠."

신희철 기자는 치매를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말라고 당부한다. 조금씩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전부를 바치는 것이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나누고 보태려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

말을 마친 그녀의 눈빛이 더 강하게 빛났다.

신희철 기자는 누구?

회사를 다니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신희철씨는 지난 2000년 3월 쓰러진 어머니가 치매증세를 보이자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어머니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그녀는 치매에 걸린 부모가 단지 우환거리가 아닌 아기가 되어 웃음과 행복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치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최근에 그녀가 겪었던 일들을 엮은 책 <다섯살 배기 딸이 된 엄마>는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며 긍정적인 자세로 치매를 극복해 나가는데 훌륭한 지침이 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KBS 제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의 '치매 부모와 잘 지내기' 코너에서 치매부모 모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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