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중학교 들어가서 역사 교과를 처음 접하였다. 처음부터 교과서로 만났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라든가 흥미를 붙이기 보다 학습이고 암기 과목으로 한 쪽 귀퉁이를 차지했다. 부담스러운 암기 과목인 '역사에도 뭔가 대단한 게 있지 않을까?'라는 의혹 같은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국사선생님을 만나면서 였다.
손수 자른 짧은 단발머리만이 여자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였던 노처녀 국사선생님. 항상 굵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셨지만 막상 휘두른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날카롭고 매서운 외모 때문인지 국사 시간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시간을 다음 시간을 위한 휴식시간으로 정한 듯 꾸벅꾸벅 조는 일이 많았다. 가끔 이런 정적을 깨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흥분된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신문 쪼가리를 들고 와서는 이번에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었으며, 이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의를 갖는지를 상기된 목소리로 설명하시곤 하셨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잘은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일로 여겨 조는 것도 잊고 귀를 쫑긋 세워들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란 후에도 유적지 발굴 기사를 꼼꼼히 읽게 되었고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 달리 다양한 경로로 역사에 대한 체험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자기 자신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가족의 역사, 우리 고장, 조금 넓게는 광역시·도, 나라로 확장해 가며 사회와 역사를 배워 나가고 있으며, 학습내용을 따라 현장학습도 병행하고 있다. 또 부모와 함께 역사현장을 답사하거나 박물관 견학, 도서 등을 통해 풍성한 역사체험을 하고 있다.
이런 역사체험들은 기존의 틀만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그 중에 도서를 보면 기존의 역사라는 개념의 폭을 넓혀 비행기의 역사, 나침반의 역사, 식물의 역사, 과학의 역사, 인류의 역사 등, 한 가지 주제를 통시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역사탐정, 역사퀴즈로 재미와 지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은 이런 새로운 시도중 하나로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기획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이란 가정은 의외로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막연히 장군이라면 나라에 공을 세워 큰 인물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고구려장군이 되려면 어려서부터 일정한 관직을 거쳐야 한다. 또,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하들을 잘 보살피고 무기와 식량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당시 고구려 장군들은 무거운 철판 갑옷을 입었으며, 군사훈련에도 힘썼다. 사냥은 부족한 식량을 채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훌륭한 군사훈련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수박(택견), 씨름으로 놀이를 통해 훈련을 시켰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군들은 전술전략에도 뛰어나야 하는데, 고구려의 대표 전술은 청야전술이다. 적을 끌어들인 후, 적의 보급로를 끊어 굶주리게 한 후 반격하는 전술이다. 전투에서는 중장기병을 활용하여 적의 대열을 흐트러뜨린 후, 경기병과 궁병의 공경으로 승리를 거둔다.
이쯤 되면,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나 거룡장군이 수만의 거란군과 수나라대군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전략전술과 철저한 준비와 관리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전설과 신화를 이야기 하기보다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알게 함으로서 미래를 향해 오늘의 나를 준비하게 하는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고구려 장군이 되어 보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 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 / 김용만 글 / 청솔 펴냄 값 8,000원
대상 초등저학년
엄마보다는 아이들이 좋아 하는 책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