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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때문에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돌장판, 거실을 빛내줍니다.
햇빛때문에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돌장판, 거실을 빛내줍니다. ⓒ 전은화
남편은 저와 아이들이 한국에 있던 지난 2004년 겨울에는 사람 기운마저 없어 더 추웠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때 이웃에 사는 유언니네로부터 온돌장판 2개를 구입했습니다. 유언니네 역시 중국 북쪽에 위치한 심양에서 주문구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북쪽은 아주 춥기 때문에 난방용품이 많다고 합니다.

얼마전 너무 추워서 그 온돌 장판을 거실에 깔아 놓았습니다. 열판 같은 것 두 개를 나란히 깔고 그위에 노란색 황토장판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놓고 온도 조절기를 작동시키면 끝입니다. 금세 열이 오르고 훈훈한 느낌까지 주니 배 깔고 누워 있으면 아주 그만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놀이터 가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놀이터에서 자주 보던 란제제가 궁금했는지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추운 날씨를 대변하는건 그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란제제는 윗옷을 세 벌씩 입고 있었고 아들 쥔웨이(1살)는 무려 네 벌의 옷을 껴입고 있었습니다.

"요즘 집에서 뭐해요?"
"날씨가 추워 나가기 싫어서 그냥 집에 있었어요."
"와~, 이게 뭐에요? 뭔데 이렇게 이뻐요?"
"아 이거요? 온돌장판이에요. 진짜 따뜻해요. 한 번 앉아 봐요."
"어머, 진짜 따뜻하네. 이거 비쌀텐데. 전기세는 많이 안나와요?”
"전기 히터보다 더 저렴하다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남편이 산 것이라 가격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온돌장판을 본 란제제는 처음 보는 물건에 마냥 신기해 하며 만져보고 누워 보았습니다. 그녀의 집에서는 그저 전기히터 하나가 난방의 전부라며 북향이라 집안 기운이 썰렁해서 옷을 많이 껴입는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란제제는 입었던 겉옷들을 하나씩 벗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참 놀다가 오후 5시쯤 저녁준비를 해야 한다며 돌아갔습니다.

'황토'라는 한글이 써진 노란 장판밑엔 이렇게 철판같은게 있습니다.
'황토'라는 한글이 써진 노란 장판밑엔 이렇게 철판같은게 있습니다. ⓒ 전은화
며칠후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어보니 놀이터에서 가끔 눈인사만 나누던 아기엄마와 란제제가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선 그들은 얼른 시선을 온돌장판에 고정시키고는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중국어에 지방말이 많다보니 표준말이 아니면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보아하니 란제제가 온돌장판에 대해 그 친구에게 말한 모양입니다. 대화를 마친 후 아기엄마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 온돌장판 켜 놓으면 집안이 많이 따뜻한가요?"
"훈훈하니 딱 좋아요."
"란제제가 덥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얼마에요? 전기세는 얼마정도 나오던가요?"

남편에게 가격을 물어보지 못해 정확히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란제제처럼 그 아기엄마 역시 전기세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척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고 만약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하면 그 다음에 반응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저녁때 퇴근한 남편에게 온돌장판의 가격을 물었더니 정확히 기억을 못했습니다. 궁금하던 차에 집에 믹서기를 빌리러 온 유언니에게 직접 물어보니 두 장에 런민비 1000원이 조금 넘는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란제제에게 이 가격을 말해주었더니 비싸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습니다.

타일에 찬기를 막아주니 애들 놀기도 딱 좋아요.
타일에 찬기를 막아주니 애들 놀기도 딱 좋아요. ⓒ 전은화
한국에선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온돌장판, 사실 광동에서 이 온돌장판을 처음 보았을때 저부터도 신기했습니다. 그러니 온돌 자체를 잘 모르는 이곳 사람들에게 신기한 물건임에는 더할 나위 없겠지요. 어찌됐든 따뜻한 온기에 추위도 사르르 녹아들고 아이들과 앉아 놀다가 배깔고 잠들기도 좋으니 올 겨울은 걱정 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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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속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과 김정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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