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상 미·기혼 장애인 중 61%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거나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미혼자의 경우 결혼과 만남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혼자의 경우 결혼 이후 단계에서 가족의 반대, 양육·가사·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회장 유흥주, 아래 한뇌연)은 2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소재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지난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간 20세 이상 중증장애인 73명(남 40명, 여 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과 성에서의 차별 조사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경기 거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설문응답자 73명 중 ▲60명이 미혼 ▲11명이 기혼 ▲이혼 또는 사별이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장애인 35% '이성교제 경험 없어'
설문조사 결과 미혼 장애인 60명 중 35%인 21명이 이성교제의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교제 경험이 없는 이유로는 '직업이 없기 때문'이 22.7%, '자신을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 '성격', '외모'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13.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소장은 "곧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이성과의 만남의 기회와 결혼의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결혼 전에 평균 3명(05.12.5 콩쥐넷) 정도의 이성과 만나지만 조사결과 많은 장애인들이 만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만남의 기회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혼 장애인의 결혼과 관련해 응답자의 68.3%가 결혼을 원한다고 응답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고 싶어서'가 61.9%, '장애를 의지할 수 있는 반려자가 필요해서'가 16.7%로 나타났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31.7%)고 응답한 사람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기 때문에'(27.8%)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미혼 장애인 가족들의 58.3%가 장애가 있는 자녀의 결혼을 원한다고 응답했으며, 원하지 않는다(18.3%)고 응답한 가족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30%)과 '장애로 인해 부부간의 역할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20%) 등의 이유로 나타났다.
미혼 장애인, '양가의 반대, 경제적 어려움이 결혼에 걸림돌 될 것'
미혼 응답자 중 현재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사람은 31.7%에 그쳤으며 이들 중 31.6%가 양가의 반대가 결혼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제적인 이유라고 응답한 사람도 26.3%로 나타났다.
또한 미혼 응답자중 현재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사람의 91.7%가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경제적인 지원(35.7%), 가사도우미(17.9%), 주택개조(10.7%)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장애 가정에 대한 지원은 기초수급과 달리 가정의 구성인원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장애인 연금이며 성인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혼 응답자 중 55%가 결혼을 허락 받을 때 장애인이라 거절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변인이 결혼을 만류한 경우'가 26.7%, '만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 한다'가 48.3%, '배우자가 비장애인이길 원한다'가 46.7%로 나타났다.
기혼장애인 61.5%, 결혼 당시 반대 경험
또한 설문조사결과 기혼 장애인의 84.6%가 연애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배우자를 만난 장소로는 온라인 동호회(38.5%), 직장(23.1%), 치료기관(15.4%)순으로 조사됐다. 기혼 장애인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61.5%)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1.5%가 배우자가 장애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53.8%가 배우자의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61.5%가 결혼 당시 반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혼시 배우자의 부모님(44%)이 가장 크게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기혼 장애인의 경우 결혼생활 가운데 '배우자나 배우자의 집안에게 언어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가 15.4%, '따돌림을 받은 적이 있다'가 15.4%, '결혼은 왜 했냐,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가 23.1%, '주변인들이 출산을 못 할 것이라 생각한다'가 25%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혼 생각한 적 있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혼 응답자의 15.4%가 배우자와 이혼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혼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50%)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결혼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신뢰와 사랑(53.8%)으로 나타났으며, 미혼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에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76.9%)고 응답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으로는 '생활비(양육비)지원'이 54.5%, 육아도우미 지원(18.2%)로 나타나 미혼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미혼 장애인과 기혼 장애인 모두 결혼생활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배우자의 60% 이상이 장애인이고 배우자의 절반이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장애인이 노동을 하는데 있어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결혼과 성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조사결과 미혼 장애인의 이성교제 어려움의 1위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을 갖기 위해 교육은 필수적인 요건이다"며 중증 장애인의 결혼과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노동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소장은 "가사와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나서야 하고 결혼에 대한 가족들의 인식 전환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결혼과 성, 출산과 성은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중증장애인에 대한 출산장려정책 등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열린 토론회는 한뇌연이 지난 5월부터 실시한 중증장애인의 차별실태조사 기획사업 '미운오리새끼의 날개짓(부제: 중증장애인의 차별 속에 인권찾기)'의 마지막 실태조사 결과(결혼)로 그동안 일반(학력, 가정환경)·노동·교육에서의 차별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www.w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