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통령 선거도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참, 세월도 빠르다. 어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각 당마다 누가 경선에 나가고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인지 예측해 보기도 한다. 심지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거라고 예언가처럼 떠벌이는 이도 있다.
일간지나 인터넷 신문 한 자, 시사잡지 한 권, TV 시사토론 한 번 보지 않으면서도 대통령 선거에 관하여는 자기주장이 최고다. 특히 가부장적(家父長的) 미련을 못 버리고 사는 남자들, 음식점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얘기하는 걸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다. 해당 정치인 한번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저마다 일류 정치평론가가 된 듯하다.
어떻게 말하건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그런데 최근 그런 사람들이 읽어두면 좋을 참고서가 한 권 태어났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교수(연세대 심리학과)가 대통령 후보 예상자들에 관하여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분석을 하여 책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2005년 11월 28일 김영사 펴냄). 그 집필 동기는 이렇다.
우리 연구팀은 대통령이 되려는, 또는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이미지는 어떠하며, 이들의 이미지가 국민들 마음속에 어떤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 탐색했다. 우리 연구팀이 이런 작업에 나서게 된 동기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내는 시대적 대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말로만 '준비된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아니라, 제대로 준비한 대통령과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정부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대통령은 준비가 덜 되어 있고, 현 정부는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데에 소홀하다. 우리 연구팀은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75~76쪽에서
이런 동기에서 비롯된 이 책은, 언론에서 대선 후보로 자주 떠올리는 인물 6명과 정치적 지명도가 높은 2명의 이미지를 연구하고 분석해 놓았다. 고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언론에서 대선 후보로 자주 떠올리는 인물)와 이해찬, 강금실(정치적 지명도가 높은 인물) 등 여덟 사람. 이 연구 분석 결과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제멋대로 떠드는 이야기와는 훨씬 다르다.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건 분석된 정치인 당사자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대선 후보 8명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분석하는 이 연구에는 20대 대학생 88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들 후보를 두 명씩 묶어 연구 결과를 아래의 제목하에 풀어놓은 것이 흥미롭다.
이미지 반사 효과의 수혜자, 고건과 이명박
이미지 정치인, 박근혜와 정동영
전문가의 비극, 김근태와 손학규
무조건 거부와 무조건 열광, 이해찬과 강금실
두 명씩 묶었으되 다시 둘로 나누어 분석한 내용의 끄트머리에는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꼭지명의 충고가 들어 있다.
고건-고건, 이미지 변신에 나설 때다
이명박-개발독재 시대의 리더십이 대선에서도 통할까
박근혜, 정동영-이미지에 갇혀버린 이미지 정치의 우등생들, 부족한 2%를 채워 줄 파트너십이 필요
김근태-감성 마케팅으로 이미지 변신 모색
손학규-대중 정치인 되려면 CEO 지사 이미지 탈피
이해찬-이해찬, 대중적으로 평가절하된 정치인
강금실-정치판에서 처음 만나는 쿨한 카리스마
이 책은 어느 한 쪽만 편들고 있지 않다. 연구한 바대로 나타난 이미지 그대로를 논리적으로 써놓았고 분석 결과대로 충고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연구 참가자 88명이 모두 20대 대학생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의대생이 사람의 장기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기 위해 몇 구의 시신을 해부해야 하죠?" 하고 질문하자, 소비자의 마음의 지도를 알아내는 데 권위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10명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만 조사하면 한 정치인, 한 상품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이미지는 다 나온다.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는데, 그 연구 참가자가 누구인지가 문제 아닐까?
시신을 해부하는 것은 의사가 되려는 의대생이기 때문에 시신 10구면 가능한 것이다. 전문성의 값어치를 고려하여, 차라리 전국의 각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해진다.
궁금증 한 가지 더. 강금실 전(前) 법무장관 사진은 왜 앞표지에 홀로 빠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