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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KT 사장이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통신 개통식에서 백령도의 장형수 이장과 직접 통화를 하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이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통신 개통식에서 백령도의 장형수 이장과 직접 통화를 하고 있다. ⓒ KT제공
북한 개성에서 남쪽 끝 마라도까지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945년 8월 구 소련에 의해 서울과 해주간 통신망이 인위적으로 단절된 지 60년만이다.

이날 민간 직접 통화에서 사용된 통신망은 군사용이나 남북 당국간 핫라인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남측의 KT와 북한의 조선체신회사가 분단 이후 60년 만에 함께 연결한 통신망이 그 통로였다.

이 통신망을 통하면 마라도뿐 아니라 한반도의 동쪽 끝인 독도, 서쪽 끝인 백령도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맘만 먹으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이날 오전 KT개성지사에서 열린 남북통신 개통행사에서는 개성과 독도, 그리고 백령도를 연결하는 통화도 이루어졌다. 개성에서 온 전화를 받은 박정수(24) 독도 경비대장은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독도에도 인터넷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독도와 북측 사이에 화상통화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첫 남북간 직통 전화통화를 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백령도의 장형수(63) 이장도 "나도 실향민인데 개성뿐 아니라 평양, 신의주 등과 하루빨리 전화통화라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요금, 전화번호 협의에 미국장비 승인까지... 산넘고 물건넌 광통신망

이번 남북간 직통 전화 개통은 3년여의 기나긴 산고 끝에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02년 12월 남북 당국간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부터 전화 연결사업은 시작됐지만 이후 사업주체인 남측의 KT와 북측의 조선체신회사간 실무 협상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협상 시작부터 양측간 사업방식과 통신망 연결 방법을 놓고 이견이 노출됐고, 남북간 서로 다른 통신용어 문제도 난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양측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고 십여차례가 넘는 만남이 이뤄진 끝에 비로소 기본합의서가 지난 3월 체결됐다. 그러고도 요금, 전화번호, 기술방식 등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도 수차례가 더 진행되어야 했다.

게다가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 때문에 전화개통에 필요한 통신장비의 반출이 발목이 잡혀 개통시기가 무기한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미국은 그들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자국 기술이 들어간 물자를 수출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8일 남북간 광케이블이 연결돼 끊겼던 통신망이 복구되는 일차 결실을 맺었고 지난 광복절에는 이 통신망을 이용한 남북간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이뤄지기도 했다.

9월 들어서는 개성에 KT지사가 들어서면서 전화개통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고, 지난달 16일 미국도 KT의 통신장비 반출을 승인함에 따라 이번 달 9일 남북 기술진이 함께 개성전화국에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전화개통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마치게 됐다.

남측의 진대제 정통부장관, 남중수 KT 사장과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총국장, 김인철 조선체신회사 부사장 등 남북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KT 개성지사 개소식이 열렸다.
남측의 진대제 정통부장관, 남중수 KT 사장과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총국장, 김인철 조선체신회사 부사장 등 남북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KT 개성지사 개소식이 열렸다. ⓒ KT제공
개성공단 본단지에는 통신망 1만회선까지 확대

KT가 이번에 개성공단에 개통한 통신망은 총 300회선이다. 지금까지 남북간에는 33회선의 전화선이 있긴 했지만 당국간 핫라인 등 업무용으로만 사용됐을 뿐이었다. 민간차원의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등에서 남쪽으로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을 거쳐야만 했다.

따라서 이번 직통전화 개설은 본격적인 민간차원의 통신교류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KT는 앞으로 1단계로 조성되는 개성공단 본단지 100만평에 내년 하반기까지 통신시설을 1만회선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KT는 개성공단에 3천평 규모 통신센터를 세운다.

또 2단계 250만평, 3단계 550만평의 개성공단 부지 조성에 맞춰 첨단 IT시설을 구축하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남북 정보통신 교류협력을 활성화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화 개통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통신료 부담도 덜게 됐다.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의 전화는 일본을 경유한 국제전화 방식이어서 요금이 분당 2.3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통신망 개통으로 기존 요금의 1/6수준인 분당 40센트에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남중수 KT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KT는 앞으로도 남북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신 시설의 원활한 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3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개성공업지구 조성과 발맞춰 남북 통신교류의 공익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대제 장관도 축사를 통해 "개성공단의 전화 및 팩시밀리 개통뿐 아니라에 인터넷서비스와 본공단의 통신 서비스 제공 등 IT 분야 전반에 대한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측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 당국자끼리 자주 만나 현안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IT분야 전반의 교류협력 확대해 나갈 것"

북측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총국장은 "이번 개성공단 전화개통은 6.15 공동선언의 중요한 결실"이라며 "민족 공동 번영과 통일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성에서 열린 개통식에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이봉조 통일부 차관, 남중수 KT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진대제 장관은 독도와 이봉조 차관은 마라도, 남중수 사장은 백령도에 전화를 걸어 역사적인 첫 남북 직접 통화 시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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